“1회엔 형우가 터지고, 후반 승엽이 쳐주면 딱!”

입력 2012-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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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왼쪽)-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중일 감독이 보는 3번 이승엽-4번 최형우


찬스 잘 살리면 대량득점…누가 더 유리할 것 없어
최형우 “3번 이승엽 신경쓰였지만 이젠 장점 보여”


28일 대구구장. 시범경기 롯데전을 앞두고 삼성의 주력 타자들이 타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홈런왕 출신 김성래 타격코치가 배팅볼을 던져주고, 역시 전·현직 홈런왕인 이승엽-최형우가 교대로 배팅케이지에 들어가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배팅케이지 바깥에서 잠깐 쉬는 사이 최형우와 함께 홈런을 쳤을 때 보여줄 세리모니 동작을 맞춰보는 등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면모까지 발휘했다. 덕아웃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저것들이 (훈련은 안 하고)”라고 말은 했지만 ‘LC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표정이 역력했다.


○누가 더 유리한 것은 없다!

3번에 ‘국민타자’ 이승엽, 4번에 홈런왕 최형우가 포진한다면 과연 누가 더 이득을 볼까. 류중일 감독은 잠깐 생각하더니 “누가 더 유리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주자가 있을 때 이승엽이 홈런을 칠 수도 있고, 승엽이가 찬스를 만들어주면 최형우가 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류 감독은 “1회에는 (대량득점을 위해) 승엽이가 만들어주고 형우가 쳤으면 좋겠고, 후반에는 승엽이가 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27일 대구 롯데전은 삼성이 시범경기 들어 최초로 실전모드로 ‘제대로 진지하게’ 임한 게임이었다. 마운드의 건재를 확인하며 5-2로 이긴 것도 수확이었지만, 이승엽-최형우의 시너지효과를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1회 2사 후 이승엽이 볼넷을 골랐고, 이어 최형우가 선제 결승 우월2점홈런을 터뜨렸다. 최형우가 ‘이승엽 콤플렉스’를 털어낸 시작점으로 볼 만한 경기였다.

최형우(왼쪽)-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심리적으로 마이너스, 기록적으로는 플러스

최형우는 “처음에는 솔직히 (앞에 이승엽이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고 밝혔다. 마치 ‘조용필 뒤에 나오는 가수’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름 스스로도 지난해 홈런-타점왕의 프라이드가 있기에 더욱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형우는 “(승엽 형은) ‘국민타자’인데 내가 그렇게 마음먹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한 뒤 마음이 편해졌다. 심리적으로 수용하자 오히려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승엽이 앞에 있으면 타점 기회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파워는 최형우, 경험은 이승엽”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형우가 한창 상승세에 있다면 이승엽은 정신적 리더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실제 삼성 유격수 김상수는 “(시범경기 5연패 뒤) 27일 경기에 앞서 승엽이 형이 팀 미팅에서 ‘집중해서 하자’고 한마디 했다”고 귀띔했다. ‘이승엽 효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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