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진선유'로 불리며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는 심석희. 목동|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2012-13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확정됐다. 남녀 공히 기존 대표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하며 절반 이상 다른 얼굴로 바뀌었다.
남자팀은 지난 세계선수권 우승자 곽윤기(서울일반)가 자동선발된 가운데, 곽윤기와 세계 1인자를 다투던 노진규(한국체대)와 차세대 에이스를 꿈꾸는 신다운(서울시청)은 이번에도 대표로 뽑혔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국가대표를 지낸 ‘터줏대감’ 이호석(고양시청)과 2010 밴쿠버올림픽 2관왕 이정수(고양시청)가 동반 탈락했다. 대신 김윤재(고려대)와 이한빈(서울시청), 김병준(경희대)이 새로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병준을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는 첫 국가대표 선발이다.
여자팀은 맏언니 조해리(고양시청)만이 살아남았다. 지난해 세대교체를 꿈꾸며 대거 합류했던 이은별(고려대), 김담민(부흥고), 손수민(경희대) 등이 모두 탈락한 것.
이들 대신 주니어대회를 휩쓸며 ‘제 2의 진선유’로 기대받고 있는 심석희(오륜중)가 깜짝 종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최지현(청주여고)-이소연(단국대) 등 새로운 젊은 피가 수혈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승희(화성시청)도 올해 약관 20세의 기대주. ‘왕언니’ 김민정(용인시청)도 눈에 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한국 쇼트트랙은 정글과 같다. 국가대표급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까딱하면 떨어진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당초 그는 쇼트트랙 종합종별선수권 여자 대학부 우승자인 황현선(한국체대)을 유력한 국가대표 후보로 지목했지만, 황현선은 일찌감치 탈락했다. 이날 은퇴식을 가진 성시백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쇼트트랙은 워낙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1등하다가 넘어지기도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빙상계 일각에서는 “몇몇 선수는 본인 스스로 관리를 잘 못하고 있다”라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인 만큼 자기 관리가 충실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설명이다. 쇼트트랙은 중학생 때부터 국가대표를 다는 선수가 있을 만큼 연령대가 다양한 종목이라 ‘어려서 그렇다’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고 빠지는 선수가 있으면 훈련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올시즌은 비교적 운이 작용하지 않고 실력대로 나온 것 같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가대표가 경험이 아니라 방심의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요즘 젊은 선수들 중에 좋은 선수는 많다. 어린 선수들이 기량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까지 혹평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에 대해 SBS ESPN 안상미 해설위원은 “생각처럼 크게 물갈이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승희와 김민정은 2010-11시즌 밴쿠버올림픽 대표였던 선수들이기 때문. 게다가 이호석은 이제 국내 최고령 선수 반열에 들어선 노장이고, 이정수는 지난 시즌 부상 후유증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안 위원은 “남자팀은 기존에도 잘하고 있었고, 이번에 합류한 김윤재도 게임운영에 능한 선수라서 걱정이 안 된다”라고 호평했다. 계주에서 호흡만 잘 맞으면 여전히 세계최강이라는 평가다. 최근 부진한 여자팀의 경우 “조해리와 김민정 같은 언니들에게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구성 자체는 최근 3-4년 간 최고”라며 “심석희는 이번에 종합 우승을 차지할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앞으로 굉장한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평가했다.
2011-12시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박세우 감독이 전북도청으로 옮김에 따라 다음 시즌 코칭스태프도 개편될 예정이다. 새롭게 태어날 쇼트트랙 대표팀의 건투를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