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부상 김현수 대신 임시3번 맡아 대박
작년 주전 밀린 후 이 악문 전훈 결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직구(시속 142km)가 한 가운데로 높게 날아왔다. 만루였고, 기다렸던 실투였다. 잔뜩 벼르고 타석에 들어선 두산 이원석(26·사진)이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 없었다. 배트가 힘차게 바람을 갈랐다. 그리고 제대로 맞은 타구는 왼쪽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갔다. 좌익수는 펜스를 향해 달려가다 이내 멈췄다.
올 시즌 두산 타선이 터뜨린 마수걸이 홈런. 주인공은 김동주도, 최준석도, 김현수도 아닌 이원석이었다. 그것도 단숨에 승기를 거머쥐는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다.
이원석은 11일 청주 한화전에 3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3루야 원래 그의 포지션이었지만, 3번 타순은 잠시 빌린 자리였다. 붙박이 3번타자인 김현수가 왼쪽 종아리 근육통으로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원석은 ‘임시 3번타자’의 역할 이상을 해냈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3회 1사 만루서 한화 선발 양훈을 상대로 좌월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비거리는 110m. 7일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LG 이병규에 이어 올 시즌 2호 만루포다. 이원석은 “양훈이 몸쪽 승부를 많이 하는 것을 눈여겨봤다. 마침 유리한 볼카운트(2B-1S)가 돼서 칠 타이밍이라 생각했고, 때마침 직구가 들어와서 노려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원석에게는 개인통산 4호이자 932일 만에 터뜨린 만루홈런이기도 했다. 2009년 9월 22일 잠실 KIA전 이후 처음 맛본 손맛이다. 그러나 그는 “만루홈런이라고 해서 별다른 느낌은 없다. 그저 팀 승리에 보탬이 돼서 좋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두산 이적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출장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그만큼 ‘달라져야 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품고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3경기 만에 시원한 한 방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원석은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 아쉬웠다. 올해는 깨끗이 털어내고 부상 없이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청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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