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박종윤, 타타타! 훌쩍 큰 방망이…이대호 걱정 뚝!

입력 2012-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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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후 11년간 2군과 백업선수를 오갔다. 친구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한 뒤 비로소 찾아온 주전 1루수. 롯데 박종윤은 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이대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대호 日진출로 12년만에 주전 기회

개막후 11G 연속 안타 고감도 방망이
인고의 시간들 견디고 ‘제2의 야구인생’

앞으로 10년은 주전으로 맘껏 뛰어야죠


롯데 박종윤(30)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그는 개막 이후 11경기에서 연속안타를 쳤다. 타율 0.400에 7타점 8득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11년간 주전이 아니었다. 같은 포지션에 이대호(오릭스)라는 슈퍼스타가 있어 주전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12년 만에 처음 주전으로 뛴다. 지난 11년을 백업으로 산 그의 꿈은 앞으로 10년을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그는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노력파다. 그처럼 야구에만 집중하며 사는 선수도 드물다. 박종윤의 새로운 야구인생이 시작됐다.


○이대호는 엘리트, 나는 잡초!


-시즌 초반 출발이 좋다. 이대호의 공백이 안 느껴질 정도인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초반 성적이 잘 나와 다행입니다. 사실 대호와 저는 비교대상이 아니죠. 대호는 고등학교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스타이고, 저는 잡초 같은 선수였으니까요. 시즌 끝까지 대호의 70%만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대호만 없었다면 좀더 일찍 주전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전 그저 야구 잘하는 대호가 부러웠고, 대호처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대호가 떠나고 주전이 됐다.

“대호와 저는 입단 동기죠. 친구입니다. 제가 주전이 된 것은 ‘친구가 저에게 주고 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호는 일본에서 잘하고, 저도 팀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박종윤. 스포츠동아DB




○‘좋은 컨디션’은 사치스러운 말

-박종윤, 연습 많이 하는 것은 유명하다. 근데 발가락 골절도 모르고 스윙을 했다면서.


“아마 2007년인 것 같아요. 그 당시 김무관 코치님(LG)한테 왼발 턴을 배우던 중이었죠. 근데 스윙을 하는데 왼발이 잘 안 돌아가더라고요. “종윤아! 왼발을 돌려!” 코치님이 몇 번 말씀하셨는데 잘 안 돌아갔어요. 그날 저녁 병원에 가서야 새끼발가락이 골절된 걸 알았죠.”


-참 미련할 정도로 했구나!

“야구를 중학교 3학년 때 뒤늦게 시작했어요. 룰도 잘 몰랐고 기본기도 친구들보다 많이 약했어요. 항상 남들 따라잡으려면 두 배, 세 배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2군에서 제가 할 일은 오직 연습밖에 없었어요.”


-네 손바닥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스윙을 많이 하면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겨요. 그때그때 관리를 좀 해야 하는데 저는 그 시간이 아까워서 막 하거든요. 손바닥에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심했어요. 방망이를 잡으면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통증이 와요. 그래도 참고 하죠. 방망이를 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 몸으로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가 없잖아.

“저에게 좋은 컨디션이란 말은 사치예요. 그건 주전선수들이 하는 말이죠. 제가 할 일은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쌓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죠. 정말 바보처럼 했던 것 같아요. 이젠 웬만큼 아파서는 경기하는데 지장 없어요.”


○악플 대신 칭찬이 많아졌어요!

-10년 넘게 백업으로 살았다. 박정태 코치는 착해서 가능하다더라.


“항상 제가 모자란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주전으로 뛰기에는…. ‘주전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스윙할까’, ‘좀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올해 주전으로 뛰게 된 것에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시즌 초반 성적도 좋다. 좀 달라진 게 있나.

“악플이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야구를 잘 못하니까 그동안 악플이 많았는데, 올해는 칭찬과 격려해주시는 팬들이 더 많아요. 그게 가장 달라졌고 기분이 좋아요. 타석에서는 여유가 생겼어요. 항상 초반 3구 이내 승부하려고 달려들었는데, 저도 네 타석을 보장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승부를 길게 끌고 가기도 해요.”


-타격폼이 바뀌었다. 상승세의 이유인가.

“맞아요. 지난해는 홈플레이트에서 떨어져 크로스로 들어가며 쳤는데, 올해는 약간 오픈해 있다가 스퀘어로 쳐요. 어퍼스윙 하던 것도 약간 레벨스윙으로 바꿨고요.”


○앞으로 10년! 주전으로 뛰는 게 꿈!

-야구를 왜 그렇게 늦게 시작했나.


“제가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예요. 못하는 운동이 없었죠. 야구보다는 축구, 농구를 더 잘 했죠. 근데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야구를 시키시더라고요. 저는 축구 시킬 줄 알았어요.”


-혹시 야구를 포기할 생각을 한 적 없나.

“몇 번 있었죠. 딸 서현이가 지금 다섯 살이에요. 2007년에 결혼하고 서현이 태어나고 그때 힘들었죠. 줄곧 2군에 있었고 가장으로서 고민이 많았어요. 아내가 ‘당신은 열심히 하니까 언젠가 꼭 주전이 될 것’이라며 믿어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겁니다. 타율 안타 홈런, 이런 것들을 목표로 세우기에는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고요. 그저 전 경기에 나간다는 목표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야구를 하고 아직 상 한번 못 받아봤습니다. 어떤 상이든 상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우승도 아직 못해봤으니까 롯데 유니폼을 입고 우승도 꼭 하고 싶네요.”


-12년 만에 주전으로 뛴다. 의미가 남다를 텐데….

“흔히 말하는 백업으로, 후보로 11년을 뛰었습니다. 남들처럼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주전으로 10년을 뛰는 게 목표입니다. 야구 하면서 이렇다할 꿈이 없었는데 저에게도 꿈이 생겼습니다.”


박종윤은?

▲생년월일=1982년 4월 11일
▲출신교=구영초∼제일중∼포철공고
▲키·몸무게=188cm·92kg(좌투좌타)
▲프로 입단=2001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4번(전체 33순위) 지명·입단
▲2011년 성적=111경기 149타수 42안타(타율 0.282) 2홈런 29타점
▲2012년 연봉=75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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