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김연아도 학생들 앞에선 쩔쩔

입력 2012-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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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 오른 ‘피겨퀸’.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연아가 8일 서울 역삼동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4주간의 교생실습을 시작하며 2학년 1반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연아는 첫 수업 ‘피겨스케이팅이란 무엇인가’를 위해 스케이트와 동영상을 꼼꼼히 준비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피겨퀸’ 교생선생님 되던 날

교탁 익숙지 않아 초반엔 많이 긴장
수업 진행될수록 분위기 화기애애
“선생님, 다음수업땐 첫사랑 얘기 좀”


“신기해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터 김연아(22·고려대)가 아닌 ‘교생선생님’ 김연아를 만난 학생들의 소감이었다. “얼굴 진짜 작아요.” “화면보다 훨씬 예뻐요.” 낙엽만 굴러도 웃음보를 터트리는 여고생답게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며 깔깔거렸다.

아직 ‘선생님’보다 ‘연아 언니’라는 호칭이 익숙한 듯했지만, 수업이 시작되자 진지한 표정으로 ‘김연아 선생님’의 말을 경청했다.

김연아가 8일부터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4주간의 교생실습에 나섰다. 주위의 우려가 있었지만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만큼 사범대생 필수코스인 교직이수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교생선생님으로 출근한 첫날 김연아가 학교에 나타나자 수백 명의 학생들이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아이스링크가 아닌 교탁 앞에 선 ‘피겨퀸’을 담기 위해 카메라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김연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된 2학년 11반 학생들은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 찬 눈으로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세계무대에서 단련된 ‘강심장’ 김연아도 익숙지 않은 교단 앞에서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 차분한 목소리로 ‘피겨스케이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수업을 시작했다. 준비해온 시청각자료를 이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실제 불과 몇 년 전까지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던 ‘연아 언니’다. 스케이트화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가져온 자신의 신발 냄새를 맡아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중간중간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편안하게 리드했다. 점프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다 “직접 보여달라”는 요구에, 맨 바닥에서 자세를 취하는 적극적인 초보 선생님이었다.

김연아는 “첫 수업이라서 두서없이 이야기한 것 같다. 긴장해서 설명을 잘 하지 못했는데 학생들이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잘 준비해서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학생들은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반장인 윤해정 양은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실 것 같다. 한 달 동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겠다”며 기대를 드러내고는 “교생선생님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첫 사랑 얘기도 한번 끌어내보겠다”는 농담을 건넸다.

청소년들에게 김연아는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단순히 어린 나이에 세계챔피언이 됐기 때문이 아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발에 피가 맺히고 모양이 뒤틀어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까닭이다. 그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을 기회를 잡은 행운의 학생들은 ‘연아 선생님’을 두 팔 벌려 반겼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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