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열정만은 20대 윤일상, 스무살 맞다

입력 2012-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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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국악뮤지컬 ‘서편제’ 음악감독을 했던 윤일상은 다음 목표는 영화음악, 연주곡으로 이뤄진 콘서트라고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최근 막을 내린 국악뮤지컬 ‘서편제’ 음악감독을 했던 윤일상은 다음 목표는 영화음악, 연주곡으로 이뤄진 콘서트라고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데뷔 21년차 맞은 작곡가 윤일상,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다

에세이 ‘나는 스무살이다’·21주년 앨범 등 출시
노래방 책 수록곡만 200곡…최근 국악까지 손대
음악할 때만은 까칠…늘 새로움 추구해 슬럼프도

‘위탄’서 독설은 직설…에둘러 말하는 성격 아냐
소녀시대와 함께 작업하고파…영화음악 도전도


프로듀서 윤일상은 1995년 ‘미녀와 야수’ ‘겨울이야기’ ‘리멤버’ 세 곡이 동시에 빅히트한 DJ DOC 3집을 프로듀스하면서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정’(영턱스클럽), ‘맨발의 청춘’(벅) ‘비련’(구피) ‘운명’ ‘애상’(이상 쿨) 등 히트곡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가요 순위 10위권에 8곡이 윤일상이 작곡한 노래일 때가 있었고, 어느 지상파 방송사는 특정 작곡가의 노래가 음악 프로그램을 ‘도배한다’며, 방송 금지시키기도 했다.

댄스음악으로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윤일상은 2000년 이후부터는 ‘보고 싶다’(김범수) ‘애인 있어요’(이은미) ‘인연’(이승철) ‘알 수 없는 인생’(이문세) 등 완성도 높은 발라드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히트곡 제조기도 다 한철이다’는 가요계 속설처럼, 작곡가가 오랫동안 꾸준히 히트곡을 내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다작을 하다 보면 감성이 금세 소모되어 버리고, 대중의 취향도 급변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데뷔 21주년을 맞은 윤일상은 이런 가요계 속설에서 비켜나 있다. 지난 20년간 600곡을 발표하고, 노래방 노래책에도 200여곡이나 올려놓을 만큼 그는 꾸준하다. 나아가 국악 뮤지컬 ‘서편제’의 음악감독을 맡아 매진사례했고,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는 날카로운 프로듀서의 면모와 함께 자상한 멘토의 모습으로 인기도 누렸다. 최근에는 21주년 앨범 ‘아이 앰 투웬티퍼스트’와 자전적 에세이 ‘나는 스무살이다’를 냈다.



● “롱런의 비결? 한눈팔지 않는 것”

윤일상은 “한눈팔지 않고 음악만 파고 왔다”고 자부한다. 찬란한 히트곡도 아니고, 새로운 실험과 새 영역을 개척한 것도 아닌, 오로지 한 길의 음악 인생이었던 셈이다.

-만 4세에 피아노를 치고, 9세에 처음 작곡을 했다. 19세에 정식 작곡가로 데뷔했다는데, 이건 모차르트의 궤적과도 같다. 천재라 생각하나.

“아니다. 어릴 적엔 좀 듣긴 했지만. 하하! 난 노력파고, 아직도 멀었다. 음악 앞에서 아무도 자랑할 수 없다. 열아홉 살부터 지금까지 녹음실에 있어서 몰랐던 ‘세상’을 이제는 느껴 보려고 한다. 요즘엔 트위터도 하고, TV도 보고,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며 간접경험을 하고 있다.”


- 프로듀서 활동하며 좌절했을 때는.

“여러 번이다. 1990년대 중반, 내 곡이 앨범에 수록되는지 여부에 따라 유통사의 선지급금이 달라지고 방송사에서는 내 노래가 너무 많다고 금지하던 때가 있었다. 괴롭힘도 많이 당했다. 내가 표절했다는 투서는 물론 국세청에도 탈세가 의심된다는 투서가 날아들었다.”


-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방송 출연도, 여러 비즈니스 제안도 거절해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산 것 같다. 내가 행동을 딱딱하게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둥글둥글하게 지낼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후회는 없다. 정신적으로 황폐한 시기였지만, 단련이 되다 보니 지금은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


- 음악적인 슬럼프는 없었나.

“늘 새로워야 한다, 정체돼선 안 된다,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여러 번 슬럼프에 빠졌다. 지금은 다 극복했다. 내가 잘 하는 것, 가장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내 나이에 새로 생겨나는 감각을 진실하게 표현하자, 오래가는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다.”


- 표절 시비도 없었다.

“나는 분명 창작인데, 남들은 ‘비슷하다’고 한 경우가 있었다. 다른 곡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가요를 거의 듣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잠깐 들어도 무의식에 기억되고, 내가 처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적이 있다. 누구나 아는 곡인데 내가 만들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표절은 의도적으로 베끼는 것인데, 난 순수하게 음악하려고 노력한다. 의도적으로 훔치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 발라드, 댄스 중 더 자신 있는 장르는.

“난 두 감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예전에 발라드를 써놓고도 비트를 입혀 댄스곡으로 재가공한 적도 있다. 비트가 있더라도 우울함이 있으면 발라드 감성이다.”


- 곡을 단숨에 쓰는 스타일인가.

“곡에 몰입하기 위해 분위기를 잡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실제 곡을 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새벽에 주로 작업하는데, 좋아하는 시간대는 새벽 3시다. 발라드를 만들 때는 내가 슬퍼야 하고, 댄스곡을 만들 땐 나도 신나야 한다.”
● “프로듀서, 감성을 다루는 작업이다 보니 대부분 까칠해”

윤일상은 독신주의자였다. 그러나 어느 날 지인이 보여준 사진 한 장을 보고 ‘아,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네 번 데이트 후인 2010년 5월26일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 첫눈에 반한 것인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결혼하자고 했다. 미친놈처럼. 하하! 내 아내의 첫 조건은 사치 않는 여자, 검소한 여자이고 깔끔한 여자다. 아내는 올바르게 자라온 여자다. 내겐 과분하다. 김건모 공연을 함께 보고, 한 달 안에 상견례하고 날짜까지 잡았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결혼 준비 한 번 도와준 적 없는데, 너무 미안하다.”


- 결혼하면 감성이 떨어진다는데.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 연애하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에서는 곡도 더 잘 나온다. 6개월 만나면서 단 둘이 데이트를 10번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신혼여행에서도 좀 어색할 정도였다. 내 음악적 감성에 대한 문제는 없다.”


- 저작권 재벌일 것 같다.

“빌딩도 없고, 큰 돈을 벌지도 못했다. 돈을 떼인 경우도 많았고, 1990년대는 저작권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때 아닌가.”


- 재테크는 어떻게 하나.

“결혼할 때까지 ATM기기도 몰랐고, 내가 뭘 사면 값이 덜어지고, 팔면 올라갈 만큼 재테크에도 전혀 소질이 없었다. 돈 욕심은 없다. 어느 정도 생활이 된다면 남을 돕고 살려 한다. 자식에 물려주기보다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아내도 같은 마음이다.”


- ‘위대한 탄생’의 독설이 화제였다.

“독설이 아니라, ‘직설’이었다. 출연자들은 목숨 걸고 나올 텐데 인격적으로 모독할 수는 없다. 독설은 자신감을 저하시키고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신차리게 해주고 싶은 사람에겐 독설이 아니라 직설을 한다. 에둘러 말하는 성격도 아니다.”


- 프로듀서는 원래 까칠한가.

“과거엔 까칠했다. 가수뿐 아니라 연주자, 엔지니어 모두에게 그랬다. 음악은 감성을 다루는 작업이다보니, 감성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평상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 네 명의 ‘위대한 탄생’ 멘티와 모두 계약했다. 데뷔는 언제 하나.

“신예림, 50kg, 샘 카터 중 노래만 좋으면 누구라도 먼저 나온다. 정서경은 좀 더 연습을 시킬 예정이다. 아이들에게 오래 가는 노래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 국악 뮤지컬에 도전했는데, 새로운 도전 과제가 있나.

“연주곡으로만 하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 영화음악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 기존 걸그룹 중 프로듀스하고 싶은 팀을 꼽는다면.

“소녀시대. 각 멤버의 음악성이 뛰어나다. 음악적인 앨범, 감상용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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