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스포츠동아DB
복귀 이후 10경기 2홈런 8타점 맹타
최희섭·안치홍 등 방망이 잇달아 폭발
분위기 메이커…팀 타율 꼴찌서 4위로
1번부터 9번까지 타선은 하나의 선이다. 야구는 개인기록에 크게 주목하는 스포츠지만 분명 단체경기다. 베이브 루스에게는 루 게릭이 있었고, 오사다하루에게는 나가시마 시게오와 장훈이 있었다. 이범호가 왼쪽 다리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오자마자 팀 타율 꼴찌였던 KIA 타선이 폭발하고 있다. 팀도 6연승을 내달리며 7위에서 공동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범호 효과’에 호랑이가 춤추고 있다.
○이범호 없이 날개 꺾인 호랑이
지난 시즌 KIA는 주축 전력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진 도루를 제외한 팀 공격 부문 모두에서 1∼2위를 달렸다. 2010년 개인타격 7관왕 이대호에 빗대 팬들은 KIA를 ‘팀 타격 7관왕’이라고 부르며 환호했다. 그러나 해가 바뀐 올해 5월까지 KIA 타선은 무기력했다. 최희섭이 돌아왔지만, 이범호와 김상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안치홍이 분전했고, 최희섭이 중심을 지켰지만 집중견제에 힘겨워했다. 5월 16일까지 KIA 타선은 8개 구단 중 가장 낮은 팀 타율 0.244에 허덕였다. 팀 득점도 116개로 최하위였다.
○이범호 덕에 날개 단 호랑이
5월 17일 이범호가 돌아왔다. 대구 삼성전에서 이범호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팀은 4-8로 패했다. 그러나 변화는 시작됐다. 이범호가 4번에 자리하면서 안치홍과 최희섭이 앞뒤에서 함께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범호는 28일까지 복귀 후 10경기에서 37타수 14안타(타율 0.378) 2홈런 8타점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KIA 타선은 이 기간 팀 타율(0.306)과 출루율(0.377), 안타(98개) 모두 8개 팀 중 1위를 기록했다. 타점(47타점)과 득점(51점)은 2위였다. 이범호가 돌아온 뒤 KIA는 처음 4경기에선 패했지만 이후 활발한 공격으로 6연승을 달렸다. 시즌 팀 타율은 어느덧 0.260(4위)까지 치솟았다.
○이범호가 고맙다!
최희섭은 “이범호가 돌아와서 고맙다. 함께 타선에 서니 든든하고, 찬스를 더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치홍도 그동안 “범호 형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범호 형만 돌아오면 된다”고 했었다. 이범호는 KIA에서 유일한 외부 영입 프리에이전트(FA)이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다. 그러나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했고, 항상 미소를 지으며 팀 분위기를 밝게 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선 상대 투수를 압도하며 찬스를 놓치지 않는 강인함을 발휘하고 있다. 6월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의 가장 큰 힘, 바로 이범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