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최용수 감독 “닭치고 복수!…수원 깰 비책 찾았다”

입력 2012-06-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수원삼성에 설욕할 수 있을까. 서울 지휘봉을 잡은 후 수원에 2연패 중인 최 감독은 라이벌을 꺾어야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동아DB

20일 FA컵 16강 수원과 슈퍼매치 성사 환영
감독 된 후 두번 다 지면서 상대팀 완벽 파악

‘절친’ 윤성효 감독과 인연잊고 복수혈전 자신

올해 원톱 시스템·실리축구로 K리그 1위 씽씽
입담 늘었다고요? 족집게 예상 질문지 덕이죠


FC서울 최용수(39) 감독과 인터뷰하던 날(5월31일), FA컵 16강 대진 추첨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서울의 16강 상대는 수원 삼성. 감독 입장에서는 껄끄럽겠지만, 팬 입장에서는 최고의 카드다. K리그 빅매치가 성사된 덕분에 인터뷰 분위기는 후끈했다. 서울은 K리그 14라운드를 마친 현재 단독 선두(승점 31)다. 5연승 포함 8경기 연속무패(5승3무)로 승승장구 중이다. 여기저기서 최 감독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최 감독은 2주간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한숨 돌리는 가 싶었다. 하지만 다시 ‘긴장 모드’로 돌아섰다. 수원과 라이벌전 때문이다. 16강전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수원과 FA컵 16강에서 맞붙게 됐다.

“난 이런 게 좋다. 수원과 맞붙은 4월1일(수원 2-0 승) 이후로 빅 매치가 없잖은가. 여론의 관심도 없이 소수의 관중 앞에서 3-0 이기면 뭐하나.”


-그래도 부담이 많을 텐데.

“부담이 없다. 오히려 이런 게임을 좋아한다. 지더라도 끝나고 나서 얻는 소득이 있다. 특히 이겼을 때는 내 스스로 자신감이 엄청나게 생긴다.”


-수원 윤성효 감독과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데(최 감독이 동래고-연세대 8년 후배).

“당분간 ‘절친’이라는 건 좀 그렇다. 4월1일 경기는 우리의 완패였다. 우리의 허점을 상대가 노렸고, 상대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다. 인정한다. 우리가 이런 빅매치에서 또 진다면 진정한 강팀이 아니다. 이렇게 주목받는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한다.”


-수원전에는 약한 모습이었는데.

“감독이 된 후 두 번 다 졌다. 원정에서 졌다는 것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상대는 우리와 맞설 때 ‘또 다른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다. 그걸 찾았다. 우리도 또 다른 뭔가를 준비해 8월15일(K리그 서울 홈경기)에 쓰려고 했는데, FA컵에서 만나게 됐다. 김호 감독 시절부터 수원이 우리를 상대할 때는 항상 그랬다.”


-또 다른 뭔가를 얘기해줄 수 있나.

“단순히 정신력, 이런 게 아니다. 뭔가 2% 앞서 있다. 그 2%가 서울에는 없었다. 지금 말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로 유리하다. 우리는 홈이다.”


-수원과 경기력을 비교하면.

“우리는 역동적이고 스피디한 축구를 한다. 수원은 높이와 힘이 있다. 그게 차이인 것 같다.”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올시즌 K리그는 박빙의 승부다. 어느 팀도 치고 나가지를 못하고 있다. 서울과 수원의 우승 경쟁이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안개속이다. 불안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시즌 초반이지만 1위다.

“서울은 매년 시즌 초에 상당히 어려웠다. 동계훈련을 통해 준비한 것을 초반에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승점 싸움에서 늘 불리했다. 그런 걸 코치 시절에도 많이 봐왔다. 시즌 초에 승점 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올 시즌 어느 정도 되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스템을 바꿨다. 투 톱에서 원 톱으로 바꿨다. 데얀이 고립되는 상황이 있지만 내가 이해를 시켰다. 어쩔 수 없다. 미드필더를 두껍게 하고 볼 소유를 많이 하도록 했다. 결정력 있는 데얀이 있으니깐 가능하다. 사실 데얀한테 찬스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데얀과 마찰도 다툼도 있었다. 자신에게 찬스가 더 많이 오길 바라니까. 그런 부분이 데얀에게 미안하다.”

두 사람 중 한사람만 웃는다. 라이벌전을 앞둔 가운데 서울 최용수 감독(오른쪽)과 수원 윤성효 감독의 지략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실리를 많이 챙기는 것 같다.

“축구는 절대로 90분 동안 계속 압박을 하고 밀어 붙일 수가 없다. 5분 동안 2골도 3골도 내 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볼을 가지고 있으면 실점을 안 한다. 상대는 조급해진다. 우리가 볼을 돌리면 상대가 준비한 기본 전략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볼 쫓아다니기에 바쁘지.”


-하대성에 대한 칭찬이 많던데.

“중심점은 (하)대성이다. 상당히 좋아졌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 항상 자기 게임을 한다. 아주 모범적인 미드필더다. 수비시에는 수비 가담하고, 압박 타이밍도 잘 잡고. 처음 주장이 됐지만 고참과 후배 사이에서 조화도 잘 이룬다.”


-입담이 많이 늘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 질문을 갖고 들어간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질문 받으면 표정이 읽힌다(웃음). 내 감정대로 할 수도 없고. 항상 평정심을 가져야 하는데. 예상 질문들이 나오면 좀 더 리얼하게 답변하려고 한다. 팬들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답변을 찾는다.”


-감독으로서 힘든 때는.

“분위기가 안 좋아도 선수들에게 내색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체 시즌을 볼 때 쓴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선수들을 장악해야할 때도 있다. 특히 순위가 10위 권 밑으로 내려가면 선수들은 감독 말을 안 듣는다. 선수들은 시키는 대로 120% 했는데 계속 지고 비기고 그러면 감독 면이 안 선다. 그래서 계속 승점 관리해야 한다. 선수나 승점이나 관리가 중요하다.”

스포츠 2부 부장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