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남자권총일반 50m 시상식 뒷줄 왼쪽부터 2위 김의종(경찰체육단), 1위 진종오(KT), 3위 이상도(창원시청) 아랫줄 왼쪽은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정 대한사격연맹 회장. 사진제공 | 대한사격연맹
남자 50m 권총 ‘황금총성’
3·8·10번째 총 내려놔도 ‘탕탕탕’ 명중
9번째 탄 정중앙 관통…10.9점 이례적
“내가 쏜 것이 아니라 총알이 갔다” 겸손
한국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33·KT·사진)가 ‘퍼펙트 10점’을 명중시키며 올림픽 2연패에 청신호를 켰다.
진종오는 26일 경남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2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첫날 남자일반부 50m 권총에서 합계 660.6점(본선 565점+결선 95.6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2런던올림픽의 최종 모의고사 격이다. 진종오는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창원종합사격장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경기 후 진종오는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격에선 바람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팀 김선일 코치(대구백화점 감독)는 “클리크 수정을 통해 영점을 다시 맞추거나, 아예 오조준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도 진종오의 황금총성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본선을 1위로 마친 진종오는 감이 완전하지 않은 듯, 결선 3·8·10번째 발에서 총을 한번 내려놓았다가 다시 격발했다. 발당 75초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아무래도 다시 조준하게 되면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쫓긴다. 대표팀 차영철 코치(KT 감독)는 “이때 점수가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종오는 3·8·10번째 발에서도 각각 8.8점, 9.8점, 9.9점을 쐈다. 차 코치는 “역시 진종오”라며 웃었다.
결선의 하이라이트는 9번째 발이었다. 격발 소리가 난 뒤 모니터에 진종오의 점수가 찍히자 경기장에는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10.9점. 곧이어 장내에는 “만점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흘러나왔다. 남자 권총 50m는 사격에서 가장 큰 표적을 사용한다. 권총의 정확도가 다른 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10.9점은 한 치의 오차 없이 표적 정중앙을 관통했다는 의미다. 보통 10.3점 이상을 ‘이너 텐(Inner 10)’이라고 표현하는데, 진종오의 10.9점은 ‘퍼펙트 텐(Perfect 10)’이었던 셈. 김 코치는 “결선에서 10.9점이 나올 확률은 1% 미만”이라며 놀라워했다. 진종오는 “기계가 아닌 이상 쏘는 순간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내가 쏜 게 아니라, 총알이 가서 맞은 것 같다”며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