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프로출신+해외파…절대 쫄지마!”

입력 2012-06-2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역대 올림픽 팀의 캡틴들이 스포츠동아를 통해 결전을 앞둔 후배들을 격려하며 조언을 건넸다. 스포츠동아DB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역대 올림픽 팀의 캡틴들이 스포츠동아를 통해 결전을 앞둔 후배들을 격려하며 조언을 건넸다. 스포츠동아DB

역대 올림픽 축구대표팀

캡틴들의 금쪽같은 조언

사상 첫 메달을 향한 홍명보호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6월29일 최종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홍 감독은 7월2일 파주 NFC에 선수들을 소집해 13일까지 훈련한다. 14일 서울에서 뉴질랜드와 평가전을 갖고 15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다. 올림픽 팀이 현지 캠프로 낙점한 곳은 영국 루튼. 이곳에서 현지적응을 겸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가고 20일에는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을 점검한다. 올림픽 팀은 21일 멕시코와 1차전을 치를 결전의 장소 뉴캐슬로 이동한다. 멕시코와 1차전을 마친 뒤에는 스위스와 2차전이 예정된 코벤트리로 향한다. 스위스전이 끝나면 7월30일 런던으로 입성해 올림픽 선수촌에 짐을 풀 예정이다. 가봉과 3차전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8월2일(한국시간) 벌어진다.

올림픽대표팀의 역대 캡틴들이 홍명보호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스포츠동아는 2012런던올림픽 개막 D-30을 맞아 2000년 이후 올림픽에 출전했던 역대 주장들을 인터뷰했다. 2000시드니올림픽 김도균(35·울산 현대중 감독), 2004아테네올림픽 박용호(31·부산), 2008베이징올림픽 김진규(27·서울)는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며 느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충고를 전했다.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홍명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시드니올림픽 주장 김도균


박주영 등 와일드카드


빨리 합류할수록 특효

2004아테네올림픽 주장 박용호

병역 부담서 벗어나야
메달 생각에 게임 망쳐

2008베이징올림픽 주장 김진규

개인 욕심은 줄이고
팀플레이에 집중을



○와일드카드 융화

올림픽은 23세 이하 선수만 대상이지만 팀 당 3명에 한해 24세 이상도 출전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와일드카드는 초미의 관심사다. 잘 뽑으면 전력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지만 반대로 팀 조직력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김도균은 “와일드카드와 기존 멤버의 흐트러진 모습은 훈련 때보다 실제 경기에 더 크게 나타난다. 와일드카드 선배들이 후배들에 늘 편하게 하라고 말하지만 같은 시간을 안 보내본 사람과 친해지는 게 어디 쉽나.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와일드카드는 빨리 훈련에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홍명보호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홍 감독은 이미 2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는 박주영(아스널)을 일찌감치 낙점했다. 나머지 와일드카드도 7월2일 전체소집 때 함께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명단 관리

올림픽 팀은 18명의 최종명단 외에 4명의 예비명단을 뽑아 함께 런던으로 간다. 대회기간 중에도 교체가 가능해 부상 등 변수가 발생했을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이다. 예비명단 중 1명이라도 분위기를 흐리면 팀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박용호는 “아테네 때 선수촌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예비명단은 못 들어갔다. 내가 주장이라 그 선수들도 챙기고 가교역할도 하려 했는데 부족했다. 서로 다 예민한 시기고 받아들이는 입장은 또 다를 수 있다. 이런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고 회상했다.


○1차전을 이겨라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1차전 성적이 좋지 못했다. 1988서울올림픽 때는 소련과 0-0, 1992바르셀로나는 모로코와 1-1로 비겼다. 1996애틀랜타에서 가나를 1-0으로 이겼지만 2000시드니 때는 스페인에 0-3으로 완패했다. 2004아테네, 2008베이징 때도 그리스와 카메룬을 상대로 각각 2-2,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최근 6개 대회 1차전 성적은 1승4무1패. 김도균은 “우리멤버는 2년 간 꾸준히 훈련했고 대회 직전 친선대회와 평가전 성적이 좋아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1차전 상대 스페인을 잘 몰랐다. 비디오도 한 번 못 봤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레벨이 다른 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김도균은 “1차전 패배 후 2,3차전은 이겼지만 우리의 100% 전력은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그 때와 많이 다르다. 홍명보호 코칭스태프는 1차전 상대 멕시코 경기를 수차례 직접 봤고,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박용호는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 때 멕시코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1-0으로 이겼다. 물론 멤버는 완전히 다르지만 참고할 부분도 있다. 박용호는 “멕시코의 개인기량과 볼 키핑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결정력과 임팩트는 강하지 않았다.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했다.




○올림픽 중압감 버려라

3명의 주장은 “올림픽 무대가 주는 중압감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 유일하게 월드컵(2006독일)과 올림픽을 모두 경험한 김진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월드컵은 노련한 선배들이 많고 그들이 주축이 돼 있다. 내 것만 잘 하고 선배들 말만 잘 들으면 됐었다. 그러나 올림픽은 다 또래들이고 경험도 비슷하다. 각자 해야 할 역할이 많고 그에 따른 압박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림픽은 병역혜택이 걸려있다. 한국축구 사상 유일하게 올림픽 8강 무대를 밟은 멤버 중 1명인 박용호는 “8강에 오르자 앞으로 두 번만 더 이기면 메달을 딴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초반에 우리가 너무 못 했다. 제 실력의 절반도 못 보여줬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한국은 8강에서 파라과이에 2-3으로 졌다. 박용호는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메달, 병역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하되 자만하지 말라

자신감은 갖되 자만은 금물이다. 역대 올림픽 멤버는 대부분 대학생이었다. 프로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100% 프로 출신이고 해외파도 상당수다. 김도균은 “속된 말로 쫄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유럽이나 강팀을 상대하면 긴장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박용호도 “국제경험도 많으니 다들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응원했다.

그러나 자신감이 과해지면 그 또한 문제다. 김진규는 “이번 올림픽 무대는 유럽 한 복판인 런던이다. 아마 많은 유럽 스카우트들이 주시할 텐데 이를 의식해 개개인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 하나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 하나가 팀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님 아래서 그 동안 해 왔듯이 희생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