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대부분 DMB 방송 수신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운전 중 DMB를 시청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운전 중 DMB를 시청하는 행위가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2011년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에서는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요 근래에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경우에도 내비게이션 및 DMB 기능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이를 차량 내에서 이용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도 당연히 사고 위험을 높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27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운전 중 DMB 뿐 아니라 ‘화상표시장치’ 전반의 시청 및 조작을 제한하는 도로교통법의 개정안을 제정해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화상표시장치란 내비게이션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 PMP 등을 비롯한 화면을 갖춘 대부분의 IT기기를 의미한다.
운전 중 IT기기 이용하면 범칙금 최대 7만원, 벌점 15점 부과
이 안에 따르면 앞으로 운전 중에 이러한 화상표시장치를 이용해 지리안내 정보나 교통정보를 제외한 다른 영상의 시청이나 조작을 하는 것이 금지되며,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러한 영상을 표시하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이륜차 4만원, 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벌점 15점도 함께 부과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운전을 하면서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이용해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도 할 수 없으며, 화면에 이러한 내용을 출력하는 것 역시 단속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차나 주차 중에 이러한 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기기 자체에 대한 안전 기능 탑재 의무화 규정은 없어
다만 이 개정안에도 한계가 없지 않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화상표시장치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조작하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 되지만, 제조사가 이러한 화상표시장치 자체에 이동 중 화면 표시나 조작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꼭 넣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차량에 장착된 상태로 출고되는 이른바 순정 내비게이션은 차량 이동이 감지되면 DMB 화면이 나오지 않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이동 시에도 DMB 화면이 나오도록 순정 내비게이션을 개조해 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순정 내비게이션 이상으로 많이 보급된 거치형 내비게이션의 경우, DMB 시청 제한 기능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단속 대상을 ‘화상표시장치’ 전반으로 확대한 만큼, 장치 자체에 대한 이용 제한 기능을 탑재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현재 해당 기기가 분명히 ‘운전 중’에 쓰이고 있음을 자체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경우, GPS(위성항법장치)나 가속도센서와 같이 기기의 움직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로 운전 중에 발생한 움직임인지, 혹은 단순히 사용자가 손에 쥐고 걸어 다니거나 차량 뒷좌석에 타고 이용하느라 발생한 움직임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섣불리 이용 제한 기능 탑재를 의무화한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정상적인 사용까지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 현재 수준의 개정안을 발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기보단 단순히 단속의 강도와 범위를 강화하는 것 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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