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FROM THE LINE]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쟁하는 친구보다 땀 더 흘려라

입력 2012-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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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스포츠동아DB

②축구선수로 성공하는 법

최근 미국 원정 경기 갔을 때의 일이다. 열네댓 살 정도의 아이와 그의 아버지가 내게 와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2∼3분간의 짧은 대화였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유는 어린시절 나 자신에게 수도 없이 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는가’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등.

나는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믿는다. 봄 다음에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법칙이나 혹은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는 진리 등이다. 모두들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겠지만 지난 26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한 가지는 땀 열 방울을 흘리면 정확히 열 방울만큼의 실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어쩌다 아홉 방울이나 열 한 방울만큼의 실력이 향상되는 일은 없다.

1993년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순발력과 민첩성의 필요성을 느꼈다. 고민 끝에 줄넘기 2단 뛰기를 매일 저녁 1000개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한번에 100번씩 10번으로 나누어 1000개를 하곤 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이렇게 매일같이 2년을 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2단뛰기 1000개를 한번에 할 수 있게 됐다. 그 2년 동안 줄넘기 줄이 두 번 끊어 졌다. 한번은 손잡이와 줄 사이에 있는 쇠고리가 서로 갈려서 마찰에 의해 끊어졌고, 또 한번은 보통 2단뛰기는 공중에서 하기 때문에 줄이 땅에 닿지 않지만 100번을 하고 호흡을 채울 때 1단뛰기를 쉬지 않고 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에 줄이 달아서 끊어졌다. 핸드메이드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2개의 줄넘기가 끊어졌던 순간 내 맘속에 넘쳐흘렀던 오묘한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2단뛰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내가 3학년 때 3단 뛰기 100회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노력이 어떠한 일을 만들어 내는지 스스로 놀랐다.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성공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방법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것을 아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어떻게 하면 실력이 향상되고 더 발전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 다만 알고 있는 만큼 행동하지 않을 뿐이다.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뭔가 특별한 비책이나 지름길을 기대했을지 모를 아이와 아버지의 질문에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내가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많이 노력하면 됩니다.”

노력에는 항상 고통과 인내가 따른다. 노력이란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에서 오는 고통과 좌절감을 미리 나누어 갖는 것이다. 노력에도 고통이 따르고 원하지 않는 결과에도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노력에서 오는 통증이 더 견디기 쉽다.

-밴쿠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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