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준결승전] ‘운명의 5번 키커’ 호날두 외면하다

입력 2012-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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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커로 바꾼 파브레가스 결승골
호날두는 승부차기 차지도 못하고 눈물
스페인, 연장 승부차기 끝에 4-2 승리


‘무적함대’ 스페인이 이베리아 반도의 라이벌 포르투갈을 따돌리고 유로2012 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28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대회 4강전에서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이로써 스페인은 다음 달 2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치러질 결승전에 선착하며 사상 첫 유로 대회 2연패, 2010남아공월드컵을 포함해 초유의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환희의 눈물

스포트라이트는 스페인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25·FC바르셀로나)를 향했다. 전·후반과 연장전 120분이 흐르고 이어진 승부차기. 스페인이 3-2로 앞선 상황. 조국의 운명을 짊어진 5번 키커로 나선 파브레가스의 발을 떠난 공은 왼쪽 골대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100% 임무 완수였다. 스페인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벤치 스타트를 뗀 파브레가스는 후반 9분 알바로 네그레도와 교체투입, 그라운드를 밟으며 잠시 주춤하던 스페인의 화력에 불을 지폈다. 이번 대회 최고 화두로 떠오른 ‘제로(0)톱’ 공격진의 중심에 섰던 파브레가스가 빠졌던 전반, 스페인의 공격력은 기대 이하였다. 임팩트가 없었다. 공격 라인으로 이어지는 패스워크도 조별리그, 8강전 때와는 상당히 달랐다. 파브레가스가 나서며 스페인 특유의 콤팩트 축구가 살아났다.

그는 승리의 파랑새 역할을 했다. 4년 전 이탈리아와 유로2008 8강전에서 파브레가스는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고, 네덜란드와 격돌한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팀 동료인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첫 세계 제패의 꿈을 진두지휘했다.

승부차기 뒷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파브레가스는 “본래 2번 키커로 배정됐지만 나는 마지막 키커를 원했다. 경기 전부터 승부차기를 예상하고 있었다. 유로2008의 기쁨을 우리 품으로 가져오겠다고 코칭스태프에 약속했다. 킥에 앞서 공에게 ‘날 실망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며 웃었다.


○좌절의 눈물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파브레가스를 향해 달려가는 스페인 선수들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선수가 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였다. 포르투갈의 5번 키커였던 그는 아예 볼을 차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승부차기 4-2로 이미 승부가 갈렸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 대항전에서도 2인자의 수식을 떼어내지 못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항상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비교된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려 했지만 감동은 없었다.

그는 2006독일월드컵, 유로2008, 남아공월드컵을 거치는 동안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해 온갖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 유로2012는 더 절실했다. 그가 남긴 발자취는 3득점. 유럽 최고 골게터의 가치를 보이지는 못했다. 스페인전에서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동료들의 ‘몰아주기’ 패스를 받으며 포르투갈의 공격을 진두지휘했으나 3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허공에 띄웠다.

“우린 운이 없었다. 승부차기는 복권 당첨을 바라는 것과 같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스페인에 운이 따랐다.” 호날두의 마지막 코멘트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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