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국이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낚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2002년 악연’ 히딩크 앞에서 해트트릭…4번째 올스타전 MVP
2002년 월드컵 승선 실패 ‘비운의 스타’
아픔 씻고 부활…K리그 대표 킬러 우뚝
올스타전 통산 13골·4회 MVP 역대 최다
한 때 둘은 악연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66)은 2002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전날, 이동국(33·전북 현대)을 불러 엔트리 탈락을 통보했다. 참담했던 98프랑스월드컵에서 한줄기 희망으로 등장한 이동국이 월드컵 비운의 스타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4강 신화를 쓴 히딩크 감독이 자서전을 통해 “포지션 안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엔트리에서) 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국은 그 때부터 ‘발이 느린’ ‘문전에서만 어슬렁대는’ 게으른 스트라이커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에도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6독일월드컵도, 2010남아공월드컵도 그냥 흘려보냈다. 직·간접적으로 그를 거쳐 간 4차례 월드컵에서 그라운드에 선 시간은 고작 50여 분에 불과했다.
그랬던 이들이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 소속은 달랐다. 현역으로 왕성히 활약 중인 이동국은 K리그 선발 선수들로 구성된 ‘팀 2012’ 멤버로,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 주역들이 속한 ‘팀 2002’의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10년 전의 아픔은 더 이상 없었다. 아쉬움도 없었다. 강산도 바뀔 법한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만큼 모든 게 추억일 뿐이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히딩크 감독처럼 이동국은 여전히 한국 축구와 K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K리그 올스타전에도 올 시즌을 포함해 무려 12차례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는 팀 2002 골키퍼 김병지(42·경남FC)와 타이. 올스타전 통산 득점에서도 이동국은 이날 해트트릭을 포함해 13골을 넣어 역대 최다 득점을 했다. 공격 포인트 순위도 총 16개(도움 3개 포함)로 단연 1위. MVP도 이날 수상까지 포함해 4회나 받았다. 역시 역대 최다. 세월에서 쌓여온 관록처럼 그라운드 속 이동국의 여유도 빛났다.
“비가 오면 나이 든 형님들의 시릴 무릎이 걱정스럽다”는 익살스러운 코멘트로 출사표를 던진 그는 하프타임 때 진행된 승부차기 이벤트에서 득점한 뒤에는 “(전반까지는 잘 버텼지만) 후반 가면 체력이 고갈될 것 같다”고 도발해 모두를 즐겁게 했다. 직접 선보인 멋진 골 세리머니는 덤.
공식 인터뷰에서도 그는 “상대를 봐주려 느슨하게 뛰는 승부조작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골 세리머니는 동료들이 애초에 3가지를 준비했지만 일찍 다 써버려 하프타임 때 2개를 더 급조했다”며 “‘마음은 뛰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게 어떤 것이라는 걸 ‘팀 2002’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알게 됐다. 이제는 이벤트가 아닌, 실전에서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웃음을 줬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암벌 스탠드를 가득 채운 3만7000여 팬들도 이동국과 어렵게 자리에 동참한 히딩크 감독을 향해 똑같은 함성과 갈채를 보냈다. 진정한 이동국의 ‘힐링캠프’였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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