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EPL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전격 이적…그는 왜 맨유를 떠났나

입력 2012-07-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지성. 스포츠동아DB

1. 벤치보다 그라운드서 승부…피말리는 맨유 주전경쟁에 부담
2. 연봉보전…연봉 70억 이적료 88억 ‘QPR 몸값톱’
3. 3년 장기계약…구단이 박지성 가치 인정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이하 QPR)로 이적한다. 영국 BBC 등 현지 언론은 7일(한국시간) 일제히 “QPR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박지성 이적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스카이스포츠 역시 “박지성도 동의해 이적 협상이 확정됐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봤을 때 이적료는 250만 파운드(44억원)+250만 파운드가 유력하다. QPR이 맨유에 250만 파운드를 지불한 뒤 2012∼2013시즌 1부 리그에 남을 경우 다시 250만 파운드를 추가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박지성 연봉은 400만 파운드(7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늘밤 런던서 기자회견…사전조율 끝나

박지성은 당초 8일 영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7일 새벽부터 국·내외에서 이적 소식이 쏟아지자 이를 의식한 듯 하루 앞당겨 7일 오후 런던으로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8일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떠났다. QPR은 9일 밤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선수 영입을 비롯해 구단의 글로벌 성장 방안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데, 박지성 영입도 이날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권리를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구단 간 협의가 끝났다 해도 선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적이 완료되지 않는다. 그러나 박지성은 이미 QPR과 사전 조율이 거의 끝난 상황이다. 막판에 이적을 거부할 변수 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05년 7월 맨유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로 한국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박지성은 7시즌 동안 205경기에 출전해 27골 27도움이라는 기록을 뒤로 한 채 QPR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이적결심 왜

박지성은 맨유와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었다. 2012∼2013시즌 전 경기의 40% 이상 출전할 경우 다시 1년이 연장되는 옵션도 포함돼 있었다.

박지성은 마음만 먹으면 맨유에서 남은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며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었다. 사실 맨유와 같은 세계 최고구단에서 은퇴하는 것처럼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박지성도 그 동안 “가능하면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은 게 꿈이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박지성은 2011∼2012시즌 애슐리 영과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에 밀려 벤치에서 쉬는 시간이 많았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미드필드에 일본 출신 카가와 신지까지 영입됐다. 물론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주전 다툼은 늘 있는 일이었고, 기꺼이 경쟁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고 느꼈다. 박지성은 맨유 유니폼을 입고 벤치에 앉는 것보다 QPR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쪽을 택했다.


○박지성의 두 가지 조건

박지성이 QPR쪽의 영입의사를 들은 뒤 중점적으로 제시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현재의 연봉을 보전 받는 것이었다. 박지성은 작년 맨유와 재계약을 하며 460만 파운드(82억원) 연봉을 받았다. QPR과는 약 70억원 안팎 수준에서 연봉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봉이 왜 깎였느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맨유와 QPR을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박지성의 연봉은 맨유에서 톱 7 수준이었지만 QPR에서는 최고 대우다. 두 번째는 구단이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주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부분이 연봉보다 훨씬 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었다. QPR은 박지성의 가치를 인정했다. 3년 장기 계약을 맺은 게 이를 방증한다. 또한 QPR 마크 휴즈 감독은 지난 달 박지성의 휴가기간 중 입국해 이적을 논의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휴즈는 앞으로 박지성을 중심으로 뭉쳐 팀이 상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해 박지성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