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은 올해 두 편의 드라마, 두 편의 영화에 각각 출연했다. 앞으로 개봉할 작품만도 세 편에 달하는 그는 공포영화 ‘두 개의 달’로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난다. 김민성 기자 maineboy@do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영화 욕심에 드라마 2편 촬영 병행 탓
반쯤 정신 놓은 산발女 ‘공포 그 자체’
초2 아들 둔 엄마…제 자랑하면 말려
젊은 남자랑 멜로연기 꿈꾸는 아줌마
“저를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제가 볼 때 저는 조용하고 얌전한, 그 안에 슬픔도 간직한 여자인데 말이죠.”
라미란(37)은 최근 스크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여배우다. 혹 이름이 낯설지 몰라도 얼굴은 익숙하다. 올해 초 영화 ‘댄싱퀸’에서 엄정화의 단짝 친구이자 자동면도기로 수염을 밀던 미용실 원장. 코미디 영화 ‘차형사’에서는 잘 생긴 강지환에게 시선을 빼앗긴 패션 디자이너. 그 사이 SBS 드라마 ‘패션왕’과 MBC ‘더 킹 투 하츠’에도 출연했다.
라미란의 활동에 정점을 찍을 영화는 12일 개봉하는 ‘두 개의 달’(감독 김동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 이야기라 더 오싹한 영화에서 라미란은 외딴 집에 살인자가 있다고 외치는 의문의 여인을 연기했다. 이야기를 이끌며 출연진 가운데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연기를 떠났던 라미란은 서른 살이던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를 시작했다. 이후 ‘괴물’ ‘박쥐’ 등 히트작과 ‘육혈포 강도단’ 같은 코미디를 두루 거쳤다. “열망이 커지는 건 맞지만 이렇게 소진하는 게 잘하는 건지 고민이다”고 그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 “쪼는 맛이 있는 공포영화”
라미란은 ‘두 개의 달’을 소화하며 “액션배우가 된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식칼을 든 채 격투를 벌이고, 등을 바닥에 붙여 괴기스럽게 기어가는 연기를 두루 소화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에 환상을 갖고 있었다”는 라미란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식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을 볼 때 마치 ‘한’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등으로 바닥을 기는 장면은 몸에 와이어를 달고 찍을 줄 알았죠. 촬영 전엔 ‘와이어 묶으면 많이 아플까’ 혼자 걱정했는데.(웃음) 현장에 가니 맨 몸으로 연기하라는 거예요. 제작비 때문이었죠. 하하!”
라미란은 액션 장면을 특수장비의 도움 없이 소화했다.
“쪼는 맛이 있는 공포영화에요. 우리끼린 화투놀이의 일종인 ‘섰다’ 같은 영화라고 우스개 소리도 해요. 일부러 관객이 놀라게 하지 않아요. 공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결말도 예측할 수 있겠죠.”
영화에서 라미란은 머리카락은 산발하고 옷도 풀어헤친, 반쯤 정신을 놓은 여자다. 결말에 가서야 그녀의 존재가 드러난다. 영화 속 외모만으로도 관객은 오싹한 공포를 체험한다.
“출연 제의를 받은 3월에는 드라마 두 편을 동시에 하고 있었어요. 공포영화 욕심을 버릴 수 없어서 감독님을 만나 ‘잘리는 한이 있어도 하고 싶다’고 했죠. 마음을 비웠어요. 드라마 찍으며 피곤에 절은 모습 그대로 영화 촬영장에 갔어요. 그게 스크린에 그대로 나온 거예요.”
● 하반기에만 세 편의 영화 연달아 개봉
라미란은 현재 영화 ‘자칼이 온다’와 ‘협상종결자’를 촬영하고 있다. 8월에는 또 다른 출연 영화 ‘공모자들’이 개봉한다. 역할도 제각각이다. 사건 배경인 모텔의 청소아줌마(자칼이 온다), 변신의 귀재인 비밀요원(협상 종결자),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장수(공모자들)다.
“여배우의 역할은 누구의 엄마, 아내가 일반적이에요. 어떤 개성을 가진 엄마인지도 중요하잖아요. 그동안 저는 ‘옆집 아줌마’, ‘앞집 아줌마’처럼 흘러가는 역할을 주로 했죠. 그래서 갈증이 생겨요. 함께 작업했던 감독님들에게 시나리오를 써 달라고 부탁해요.”
라미란이 감독들에게 ‘주문’한 이야기는 아줌마의 멜로. “예쁜 아줌마나 예쁜 이혼녀가 아니라 저처럼 생긴 아줌마가 하는 절절한 멜로”라고 설명한 그는 “배도 나오고 셀롤라이트도 보이는 대한민국 모든 아줌마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역할이길 원한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단서도 달았다.
“상대 배우는 젊은 남자배우여야 해요.”
라미란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다. “집에 있을 땐 3일 동안 씻지도 않고 장을 보러 갈 때도 있어요. 아들이 사람들 앞에서 제 자랑을 하려고 하면 일단 말려요. 먼저 알아보기 전에 미리 말하지 말라고요.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