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패동열의 변신…“6연속 QS, 나도 놀랍다”

입력 2012-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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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노경은이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6월 한 달간 탈삼진 38개를 잡아 ‘6월의 탈삼진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사진은 8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을 때의 모습.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1군만 가면 볼넷 남발하던 만년 유망주
심리적 안정 찾으며 10년만에 전성기
6월부터 선발로 전향해 쾌투 퍼레이드
“비결? 100개 까지는 무조건 전력투구”


두산 노경은이 주목받고 있다. 리그 정상급의 강력한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6월부터 선발로 나서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평균 6.2이닝을 책임졌고, 평균 105개의 공을 던졌다. 방어율은 2.45. 40이닝 동안 43개의 삼진을 잡았다. 시즌 도중 불펜에서 선발로 전향한 투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성적이다. 특히 6월 한 달 동안 38탈삼진을 기록해 6월의 탈삼진왕이 되기도 했다. 7월 첫 등판에서도 승리투수가 되며 5승째를 올렸다. 두산은 ‘보물’을 얻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노경은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전력투구! 지금은 그것뿐입니다!



-두산이 진짜 좋은 선발투수를 얻은 것 같다. 어떻게 6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가 가능한가?

“일단 저는 공을 많이 던지는 게 어렵지 않아요. 100개는 항상 던질 수 있죠. 저도 6경기연속 퀄리티스타트까지 할 줄은 생각 못했어요.”


-불펜투수는 공의 개수가 한정이 되어 있잖아? 임태훈과 이용찬(이상 두산)도 처음 선발할 때는 어려웠어.

“저는 선발투수로 살았어요. 제가 불펜으로 뛴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죠. 2군에 있을 때는 항상 선발로 나갔어요. 프로에서 불펜투수로만 기용됐던 태훈이, 용찬이가 처음 선발로 뛸 때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올해 던지는 걸 보면 포크볼이 인상적이야.

“정명원 코치님이 지난해 오시자마자 가르쳐주셨어요. 코치님이 현역 때 포크볼을 잘 던졌잖아요. 볼카운트에 따라 던지는 요령부터, 많은 것을 배웠죠. 포크볼이 있으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삼진도 많이 잡게 돼요.”


-직구가 150km 나오고 거기에 포크볼,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좋다.

“슬라이더는 2군에 있을 때 김진욱 감독님께 배웠죠. 지난해는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어요. 제가 생각하는 랭킹은 커브가 네 번째인데, 이토 수석코치께서 커브를 많이 던지라고 주문하셨어요.”


-이유는?

“스피드의 차이죠. 직구와 30km 정도 차이가 나니까 타이밍 빼앗는데 좋고, 커브를 많이 던져야 직구가 더 빛이 난다고 하셨어요.”


-공을 던질 때 보면 내려갈 때까지 항상 전력투구다.

“완급조절이 필요하지만 그건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죠. 아직 저는 선발 새내기나 마찬가지고, 그저 전력으로 던지는 게 편해요. 전력으로 100개는 던질 수 있으니까요. 다음 등판 때까지 회복도 되고요. 올해는 시즌 마칠 때까지 공 하나하나를 전력으로 던질 생각입니다.”


-선발로 나가기 전에 독특한 습관이 있다고 들었다.

“등판하기 전날, 팔꿈치, 어깨, 승모근 같은 주요 부위에 파스를 많이 붙이고 자요.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지죠. 6경기 퀄리티스타트 할 때 모두 그랬어요.”


○제 별명이 ‘패동열’이예요!

-데뷔 10년째다. 1군 적응이 많이 늦었다.


“1군에서 잘 던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될 듯 될 듯하면서도 잘 안 되죠.”


-무엇이 가장 힘든가?

“심리적인 벽을 넘어야 합니다. 2군에서 1군에 올릴 때는 2군에서 가장 좋은 투수가 올라가죠. 근데 막상 1군에 가면 제 공을 못 던져요. 미칠 노릇이죠.”


-왜 그런가?

“타자와 싸우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지고 들어가요. 투볼이 되면 ‘볼카운트가 안 좋다. 쓰리볼 되면 안 되는데….’ 쓰리볼 되면 ‘볼넷이구나. 왜 이러지….’ 주어진 상황에서 자꾸 안 좋은 생각을 해요. 더 답답한 건….”


-더 답답한 건?

“저는 이상하게 밸런스가 무너져요. 내가 이 포인트에서 좀더 빠른 공을 던지고, 좀더 예리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데 던질 수가 없어요. 2군에선 됐던 것이 1군에만 오면 안돼요.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되더라고요. 제 별명이 ‘패동열’이예요. 혹시 아세요?”


-처음 들어보는데.

“1군에서 패전처리 때 나가면 선동열 감독님(KIA)처럼 잘 던진다고 해서 ‘패동열’이 됐어요. 그러다가 중요한 때는 또 못 던지고…. 좋은 공을 가지고도 제구가 안 되는 투수들 보면 제 마음이 아파요. 그 선수의 마음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팔꿈치가 끊어진 줄 알았어요!

-힘든 시간이 많았다. 언제가 가장 기억이 남나?


“신인 때 후반기에 선발로 4경기 나가 3승을 했어요. 그 이후로는 계속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잘 던진 적이 없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마지막 경기죠.”


-팔꿈치를 다쳤던?

“네. 9월 10일 KIA전인데 8회에 나갔어요. 두 번째 타자 안치홍을 내야땅볼로 잡는데, 팔꿈치에서 ‘찍’ 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무슨 일이 났다고 생각했어요. 팔꿈치가 펴지지를 않는 거예요. 근데 이닝을 마치려고 한 타자를 더 상대했어요. 2개인가, 3개인가 더 던져서 플라이로 잡았죠. 그게 지난해 끝이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온 건가?

“저는 정말 끊어진 줄 알았는데 다행이 부분파열이더라고요. 제가 팔꿈치수술을 프로에서 두 번이나 했는데, ‘공 좀 던질 만하게 되니까 또 팔꿈치 때문에 안 되는구나’ 해서 마음고생 심했죠.”


-요즘은 팔꿈치 괜찮나?

“아프고 나서 7개월 만에 제대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재활했죠. 요즘은 팔꿈치를 신주 모시듯 합니다.”


○남은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가 목표!

-네가 잘 던지면서 두산 선발진이 굉장히 강해졌다.


“저도 느껴요. 니퍼트와 용찬이는 계속 잘하고, (김)선우 형도 지난해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고. 저만 열심히 하면 팀이 좋은 야구를 할 것 같아요.”


-등판할 때 어떤 마음인가?

“항상 100개 던지면서 퀄리티스타트 하자는 생각이죠. 선발이 길게 던져주면 모든 게 좋잖아요. 10승을 하고 싶은데, 승은 운도 따라야 하니까 남은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 하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10년 만에 주목받고 있다. 어떤가?

“프로에 와서 요즘 가장 많이 인터뷰 하는 것 같아요. 기분 좋죠. 이젠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고 타자를 이길 수 있으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근데 가끔은 ‘시즌 끝까지 잘해야 하는데…’, ‘언젠가 한번 두드려 맞겠지?’, 이런 생각도 해요.”


-앞으로의 꿈은?

“저는 불펜보다 선발이 좋아요. 올해 잘 마무리해서 내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40살까지 던질 수 있다면 제가 입단할 때 가졌던 꿈, 100승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산 노경은?

▲생년월일=1984년 3월 11일
▲키·몸무게=186cm·85kg
▲출신교=화곡초∼성남중∼성남고∼대불대
▲프로 경력=2003년 신인드래프트 두산 1차 지명·입단
▲2012년 연봉=5500만원
▲2012년 성적(10일 현재)=30경기 5승3패7홀드 방어율 3.03(65.1이닝 67탈삼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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