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랜더의 배신…월드시리즈 홈팀은 NL

입력 2012-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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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고전’ ML 올스타전

선발 벌랜더 1이닝 5실점…NL에 0-8 패 빌미
2점홈런 샌프란시스코 카브레라 생애 첫 MVP
치퍼 존스-토니 라루사감독 은퇴경기 기립박수


메이저리그 ‘여름의 고전’ 올스타전에선 ‘가을의 고전’ 월드시리즈 홈어드밴티지를 놓고 양대 리그의 간판스타들이 자웅을 겨룬다. 올스타전에 명예와 상금만 걸려있는 한국프로야구와 비교하면 출전선수들의 승부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의 자부심과 자존심, 그리고 자신이 속한 리그의 팀과 팬들이 월드시리즈 1·2·6·7차전을 안방에서 치르고 관람할 수 있는 큰 선물이 걸려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화려한 축제에 더해 치열한 승부의 장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어설픈 수비가 최고 중에 최고가 모인 올스타전에서 나왔다. 최악의 수비였지만 관중은 한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만스타디움에서 열린 제83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6회초 1사 NL 공격 때 맷 할러데이(세인트루이스) 대신 치퍼 존스(40·애틀랜타)가 대타로 나섰다. 관중은 20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올스타전 타석에 들어선 노장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존스는 좌완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초구 시속 153km짜리 빠른 공을 때렸다. 2루수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 그러나 교체된 AL 2루수 이안 킨슬러(텍사스)는 ‘절묘한’ 수비로 타구를 잡지 못했고, 우전안타가 됐다. 의도적으로 스타트를 늦게 하면서 살짝 타구를 놓쳐 존스에게 마지막 올스타전의 추억을 안기려는 듯한 수비였다. 1루를 밟은 존스는 환하게 웃었고,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를 비롯한 AL 선수들과 관중도 모두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NL은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에서 2점홈런을 날린 멜키 카브레라(샌프란시스코)와 투수들의 호투를 앞세워 8-0 낙승을 거뒀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AL에 12연패를 당했던 NL은 2010년 이후 3연승을 거뒀고, 통산 전적에서도 43승2무38패로 우위를 지켰다. 카브레라는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NL의 승리를 이끈 명장 토니 라루사(68) 감독도 33년 지도자 생활을 올스타전에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은퇴한 라루사 감독은 현역 사령탑이 아니었지만 버드 셀리그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간곡한 요청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캔자스시티는 라루사 감독이 현역시절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팀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깊었다.

라루사 감독이 전반기 12승을 거둔 RA 디키(뉴욕 메츠) 대신 선발로 택한 맷 케인(샌프란시스코)은 지난달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답게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반면 지난해 AL 사이영상과 MVP를 거머쥔 AL 선발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는 1회에만 5실점하며 무너졌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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