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도 단 25명뿐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선 8명뿐이다. 그리고 미·일 통산은 단 1명.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프로통산
500개 이상의 홈런을 날린 타자는 34명뿐이었다. 29일 삼성 이승엽이 그 35번째 주인공이 됐다. 목동 넥센전에서 한·일
개인통산 500홈런을 날린 이승엽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韓 341호…양준혁 351홈런 -10 추격
“자연스러운 타격 복귀”…부담도 훌훌
드디어 터졌다. ‘국민타자’ 이승엽(36·삼성)이 한·일 개인통산 500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29일 목동 넥센전에서 1-1로 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외국인 좌완투수 밴 헤켄을 상대로 역사적인 500번째 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0B-2S로 몰린 상태에서 3구째 바깥쪽 높은 직구(시속 140km)를 밀어 쳤다. 목동구장의 좌중간 하늘로 날아가는 타구를 쫓던 넥센 중견수 장기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비거리 120m. 역사적인 ‘한·일 개인통산 500호 홈런(국내 341개·일본 159개)’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인터뷰 때마다 500홈런에 대해 “공식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홈런 직후 이승엽은 밝은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15일 대구 KIA전에서 499호를 친 뒤 14일 만의 홈런(시즌 17호). 홈런을 치고도 표정이 어두웠던 499호 홈런 때와는 상반되는 반응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승엽은 “홈런은 쳤지만 스윙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자신의 스윙에 불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그런데 지난주 SK와의 대구 3연전부터 이승엽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생각의 전환 덕분이었다. 그는 “이전까지는 왼쪽으로 밀어 치는 데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스윙궤적이 변해버렸다. 앞으로 나가야 할 타구가 파울이 됐다. 원하는 타구가 나오지 않아 불만이었다. 이제는 타구를 어느 쪽으로 보내겠다는 의도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타격을 하고 있다.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분도 좋고 감도 좋다. 홈런이 언제 나오겠다고 말은 못하겠지만…”이라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가짐을 표현하기도 했다.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이로써 프로 18시즌째에 50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개인통산 500홈런은 136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배리 본즈(762개)를 비롯해 총 25명만 달성한 대기록으로 ‘명예의 전당’ 보증수표로 통한다. 76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선 오 사다하루(868개), 장훈(504개)을 비롯해 미·일 통산 500홈런을 달성한 마쓰이 히데키까지 포함하더라도 9명만 500홈런 고지에 올랐다. 현역 선수 중 50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선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짐 토미(볼티모어), 매니 라미레스(오클랜드) 등 3명뿐이다. 일본은 마쓰이 히데키가 유일하다.
한편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341호를 기록해 장종훈(340홈런)을 제치고 역대 개인통산 홈런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양준혁(351홈런)에 10개 차로 다가섰다.
이승엽 “실투 가볍게 친 게 넘어가”
밴 헤켄 공은 치기 까다로운데, 실투가 들어왔고 가볍게 친 것이 넘어갔다. 500홈런이지만 공식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 마음 속으로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너무 기뻐하지는 않겠다. 한국신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 홈런 기록보다는 팀의 정규리그 우승, 나아가 한국시리즈 우승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
목동|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