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형 가수’로 변신해 “죽을 때까지 노래하고 싶다”는 가수 이루. “나이가 들어도 노래로 남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사진제공|이루엔터테인먼트
미니앨범 ‘필 브랜드 뉴-파트2’ 발표
발라드 벗고 업템포 댄스곡으로 승부
‘태진아 아들’ 꼬리표 떼어주셨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 일. 그러나 계속 해야만 하는 일.
이루(조성현·29)가 ‘태진아 아들’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나는 일이 그랬다. 박효신을 보며 가수를 꿈꿨지만, 이루는 ‘아버지 덕에 쉽게 가수가 됐다’는 대중의 선입견에 갇혀 살아야 했다. 2005년 데뷔하면서 ‘배경’을 숨겼던 이루는 아버지의 존재가 알려진 후부터는 그 선입견으로 인해 ‘가수 이루’가 아닌 ‘태진아 아들’일 뿐이었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던 것도 아버지가 비치는 게 싫어서였다. 아버지와 관련한 농담만 주목받다 보니 ‘쟤는 아버지 없으면 (화젯거리가)안되겠네’라는 말이 나오기 일쑤였다. ‘가수 이루’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연예계 생활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선 반대였지만,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것에는 찬성이었다. 하지만 이루가 “내가 많이 깨져도 그냥 놔두시라, 스스로 배우고 이겨내겠다”며 가수 데뷔를 선언했을 때 태진아는 이루를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하지만 대중은 이루를 자꾸만 ‘태진아의 아들’로만 봤다.
“아버지와 벽이 있었다. ‘아버지의 후광’이라는 콤플렉스에서 생겨난 벽.”
벽은 작년 허물어졌다. 이루가 음반 작업을 하면서 문득 아버지와 자신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봤고, 대중의 선입견이 이해됐다. 굳이 그 ‘특별한’ 관계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단 생각도 들었다. 순간 아버지를 향한 벽을 허물었다. 아버지로 인해 얻은 수식어를 굳이 거부하려 애쓰지 않고 순리에도 따르게 됐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나니 음반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8일 발표하는 미니앨범 ‘필 브랜드 뉴-파트2’는 작년 4월 ‘파트1’에 이은 연작으로, 이루가 활짝 열린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완전히 새로운 걸 느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전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태진아 아들’이 아닌 ‘가수 이루’를 알려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이 가진 실력을 보여줄 여유가 없었던 이루는 이번 ‘필 브랜드 뉴’ 시리즈에서 마음껏 자신을 시험했다.
‘까만 안경’ ‘흰눈’ 등 애잔한 발라드곡으로 사랑받아 온 이루는 이번 음반에 업템포 댄스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미워요’는 1990년대 인기그룹 R.ef의 ‘찬란한 사랑’을 연상케 하는 “슬픈 댄스곡”이다. 작곡가 이단옆차기가 만들고 비스트 용준형이 랩을 했다. 클럽댄스곡 ‘하이라이트’에서 이루는 노래 대신 랩을 했고, ‘드라이브’는 트렌디한 신스팝이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시험해 보고 싶었다. 변신을 위한 변신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고, 이루의 재발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시험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재능을 알게 됐다. 범위를 계속 넓혀 가고 싶다.”
이루는 이번 앨범을 “가수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새로운 이루’의 시발점이라 했다. “공연을 하려면 여러 장르를 해야 한다”는 그는 앞으로 공연형 가수로 변신해 “죽을 때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은 공연이다. 가수라면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을 것이다. 이번 음반으로 조금이나마 나에 대한 고정관념, 선입견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무기를 많이 만들겠다. 먹을 것도 많고, 맛도 있는 음식점처럼.”
“나이가 들어도 노래로 남고 싶다”는 이루. 그러나 2세가 가수가 되는 건 반대다.
“훗날 내 아이는 절대 가수 안 시킨다. 가수 2세로 사는 고충, 너무 잘 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