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10년마다 대운이 “빵!빵!”

입력 2012-08-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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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 홍명보 감독의 운수대통 ‘10년 주기설’

1992 프로데뷔 하자마자 첫 신인 MVP
2002 월드컵 4강신화 승부차기 마침표
2012 올림픽 4강신화…이젠 우승까지?

올림픽대표팀 홍명보(43) 감독이 빛나는 4강 신화를 10년 만에 다시 썼다.

2002년 6월22일. 홍 감독은 스페인과 한일월드컵 8강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슛을 성공시키며 월드컵 4강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영국 땅에서 홍 감독은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올림픽 사상 첫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축구 역사의 현장에는 언제나 홍명보가 있었다.


● 10년마다 대운이

런던올림픽 진출을 확정한 직후 홍 감독이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이른바 10년 주기설이다. 자신이 프로에 데뷔했던 1992년 이후 10년 주기로 좋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1991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드래프트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듬해인 1992년 포철(현 포항)에 입단해 K리그에 데뷔했다. 신인임에도 주전 수비수로 뛰며 팀 우승을 일궈냈다.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이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영광을 맛 봤다.

10년 후 2002한일월드컵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대표팀 ‘캡틴’으로 신화창조의 중심에 섰다. 특히 스페인과 8강 승부차기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시 10년이 지난 뒤 사령탑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사실 홍 감독은 운이나 미신을 믿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그가 10년 주기설로 올림픽에서 대반란을 예고했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고, 자신 있었다는 방증이다.


● 생각을 바꾼 광저우 경험

2009년 U-20 월드컵에서 깜짝 8강에 올라 성공적인 감독 데뷔전을 치른 홍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 봤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병역이 걸려 있다. 금메달을 따야 병역이 면제된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언론 인터뷰나 평소 생활에서 병역의 ‘병’ 자도 입 밖으로 못 꺼내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선수들 마음에서 조금이나마 병역을 지울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실상은 달랐다.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통한의 패배를 당한 날, 홍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누구 할 것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선수들이 가진 병역의 무게는 홍 감독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짓누르는 병역을 속으로 꾹꾹 감추느라 속이 헐어버릴 지경이었던 것이다.

홍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병역 문제는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병역과 관련해 어떤 통제도 하지 않았다. 병역이 메인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동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편하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영국을 꺾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5일(한국시간). 한국 라커룸에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노래가 나왔다. 라커룸에서는 빠른 풍의 댄스 음악을 듣기 마련인데 짜릿하게 승리한 이날 구슬픈 곡조가 흘렀다. 주장 구자철의 재치였다. 병역면제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마음 편하게 남은 승부를 즐기자는 의도였다. 구자철은 “감독님께서 병역에 대해 다 오픈(공개)을 하셨다. 한국만이 가진 동기부여고 이겨야만 하는 힘이다. 준결승은 더 부담 없이 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 철저한 대안 마련

올림픽을 준비하며 홍 감독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바로 ‘대안’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온갖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때 사령탑이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플랜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늘이 그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듯 했다. 온갖 악재가 터졌다. 주전 수비수 홍정호의 낙마, 장현수의 부상에 이어 영국 현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중도하차했다. 영국과 8강전에서는 와일드카드로 뽑은 김창수와 정성룡이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페널티킥(PK)을 2개나 내주며 선수들이 흥분했다. 한 마디로 악재 종합선물세트였다.

말은 안 했지만 홍 감독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다. 최근 홍 감독의 얼굴은 몰라보게 핼쑥해졌다. 그러나 겉으로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눈썹도 꿈쩍 안 했다. 준비한 대안으로 차근차근 구멍을 메워갔다.

카디프(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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