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이상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 아닙니다.”
김세혁 태권도 대표팀 감독은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과 은메달을 1개씩 얻는 데 그친 것에 대해 특정 국가의 금메달 독식 시대는 끝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 태권도는 남녀 총 8체급. 8개의 금메달은 8개국의 차지였다. 한국과 스페인 중국 터키 영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세르비아가 1개씩 가져갔다. 세계 태권도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된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금메달을 2개 이상 목에 걸었다. 베이징에선 4체급 출전 선수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올림픽에선 국가별로 최대 4개 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음).
그러나 런던 올림픽에선 절대 강자가 없었다. 태권도는 21개국 선수가 최소 1개 이상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감독은 “태권도는 한국만의 것이라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올림픽 무대에서 낙오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선은 런던 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급에서 우승하며 한국 태권도의 자존심을 지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연패. 그는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준 결과여서 기쁘다. 투병 중인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그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1차전에서 패한 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왼 무릎 인대가 거의 끊어지는 부상 속에서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런던 대회에선 상대 선수를 철저히 분석해 어려움 없이 정상을 지켰다.
그런 황경선이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건 색깔을 떠나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태권도는 은메달을 따도 죄인이 된 느낌이다. 4년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해 줬으면 한다.”
런던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단연 화제의 종목이었다. 2분 3라운드 동안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발차기와 얼굴 공격은 관중을 흥분시켰다. 정확한 득점을 체크하는 전자호구를 도입하고 얼굴을 돌려차기로 가격하면 최고 4점을 주는 등 경기 운영 방식을 바꾸자 선수들의 공격 성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편파 판정과 오심 논란에 휩싸였던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잔류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런던=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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