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독도 세리머니 유감” 표명… 日언론 “한국서 사죄문 보내와”
‘정치행위로 인정’ 오해 불러… 축구協 “apology 아닌 regret”
‘정치행위로 인정’ 오해 불러… 축구協 “apology 아닌 regret”
14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이 13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박종우의 세리머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의 뜻이 담긴 e메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접한 국내 팬과 축구 관계자 사이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박종우의 메달을 지켜주지는 못하고 일본에 고개를 숙였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14일 즉각적인 해명에 나섰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박종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측이 일본이기 때문에 세리머니가 정치적인 것이 아닌 우발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고 e메일을 보낸 의도를 밝혔다. 그는 “문서는 영어로 작성됐는데 ‘유감(regret)의 뜻을 전한다’는 통상적인 외교 수사를 일본 언론이 확대 해석해서 일어난 일이다. ‘사과(apology)’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에 따르면 외교문서에 가끔 쓰이는 영어 단어 ‘regret’는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란 뉘앙스는 담고 있지만 ‘미안하다’로 한정돼 쓰이진 않는다. 우리말로는 ‘유감’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 사과, 사죄를 뜻하는 ‘apology’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법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외교문서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진상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일본 언론의 이번 보도로 자칫 한국이 박종우의 세리머니를 ‘정치적 시위’로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진상 조사 과정에 관여할 수 없는 일본축구협회에 불필요한 문서를 보내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일본 신문기자에 따르면 다이니 회장은 “대한축구협회가 e메일과 팩스를 보내와 ‘미안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해나가겠다(申しわけなかった. 二度とこう言うことがないように徹底していく)’라고 했다”고 밝혔다. 일본축구협회장이 ‘사죄(謝罪)’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는 않았는데 일본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이 사죄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를 일본 언론이 받아 일제히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어감의 차이에 있다”며 “한국에서는 ‘유감’이 ‘안타깝다’ ‘아쉽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되지만 일본에서는 ‘사죄한다’의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일본축구협회장이 사죄했다는 의미로 ‘미안했다(申しわけなかった)’란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왕이 한국에 대해 과거사를 반성하면서 ‘유감스럽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성의가 없다고 큰 논란이 됐지만 일본인들은 일왕으로서 최대한의 사과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유감’에 대한 뉘앙스의 차이가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