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 "봉 감독님! 액션영화 안 만드시나요?"

입력 2012-08-20 10: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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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배우 이미도. 사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양’보다 ‘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승부수다.

배우에게도 마찬가지. ‘출연 분량’과 ‘존재감’을 저울질해 자신이 설 자리를 정하는 일은 경험과 감, 실력이 맞물릴 때에야 비로소 이뤄진다.

이미도(30)는 이 같은 경계선에서 팽팽하게 줄타기를 하는 배우다.

출연편수는 적지만 일단 스크린에 등장하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곤 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속 휴대폰 소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속 지체장애 엄마는 출연‘양’에 관계없이 관객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이미도에게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이하 ‘나는 왕’)는 양과 질의 균형을 맞춘 첫 번째 작품.

질투에 눈이 멀다 못해 물불 가리지 않는 ‘섹시한’ 세자빈으로 출연해 주지훈과 호흡을 맞춘 이미도는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뒤 7년 동안 내가 가진 100의 전부를 쏟아 낸 첫 번째 영화”라고 ‘나는 왕’을 칭했다.

이미도를 만났다.

170cm에 가까운 키에 쾌활한 성격을 매력으로 지닌 이미도는 “춤 좀 춘다”고 했고, “고등학교 때 연극제를 휩쓴 실력파로 원하는 대학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며 자기 자랑부터 스스럼없이 꺼냈다. “제가 끼는 좀 있는 편”이라는 말도 했다.

물론 자랑만 하다 끝난 건 아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콤플렉스를 공개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왔더니 예쁜 애들이 너무 많았다”며 “서울에 사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코믹한 자신의 외모만 강조하는 영화를 촬영할 때를 얘기하면서는 “엄마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고 돌이켰고, “슬럼프를 겪을 땐 거리에서 누군가 나를 알아봐도 ‘못생긴 배우로 알겠지’란 생각에 반갑게 인사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내 끼를 발견한 건 네 살 때”

자기 자랑과 자기반성을 자유로이 오가는 이미도는 거창한 수식어 없이 ‘과거’와 ‘현재’를 담백하게 꺼냈다. 이미도는 ‘나는 왕’ 시사회 직후 친구와 나눈 대화부터 소개했다.

“연기자인 친구에게서 ‘잘 할 거면서 왜 연기를 관두려고 했느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동안 저의 못난 모습을 강조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괴로움에 많이 울기도 했죠. 거리에서 누군가 저를 알아봐도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요. 그걸 딛는 데 2년쯤 걸렸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제 연기 인생은 정말 다양할 것 같아요.”

이미도는 자신의 ‘끼’를 발견한 건 4살 때라고 돌이켰다.

“이모가 하던 미용실에서 곱슬머리에 도끼빗을 꼽고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를 췄다”는 믿기 어려운 과거를 꺼낸 그는 “공옥진 여사의 춤을 춰 장기자랑을 휩쓴 엄마의 끼를 물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미도가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연극반에서 활동하면서다. 3년 동안 연극에 몰두했던 그는 동랑연극제를 비롯해 대학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다양한 연극제를 휩쓸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출연한 ‘만선’이란 연극으로 전국대회에서 최우수 연기상도 차지했다. 당시 그의 역할은 50대 아저씨. “1년 내내 일부러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만선’에만 집중해 살았다”는 이미도에게 대학 입학 특전이 주어졌다. 이론까지 배우고 싶은 마음에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연극영화과에 예쁜 애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때 제 사진을 발견하면 모두 구겨 버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하! 광주에서는 연기 천재로 불렸던 저인데. 제 외모에 지방색도 좀 있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감독님이 센 걸 원해 몇 번씩 촬영…애드리브 향연”

‘나는 왕’은 흥행 성적을 떠나 이미도를 새삼 주목받게 만든 영화다.

사극에서 익숙하게 봤던 세자빈과는 거리가 멀다. 목욕 중인 세자(주지훈)의 탕 속으로 무작정 돌진해 ‘19금’ 상황을 연출하고, 발차기 같은 육탄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질투에 눈이 멀어 화를 참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출연한 김수로, 임원희 등 ‘코미디 선수’들을 능가한다.

“세자빈으로 품위를 지키면서도 웃겨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어요. 감독님이 자꾸만 센 걸 원하고 만족을 못하시니까….(웃음) 애드리브를 섞어 몇 번씩 다시 촬영한 덕분에 모두 웃을 수 있는 장면이 탄생했죠. 대부분 애드리브에요.”

이미도의 다음 작품은 영화 ‘26년’. 주인공 진구의 엄마 역을 맡아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러 사건에 얽히며 나이 드는 과정을 모두 연기한다. 20대 중반으로 시작해 50대로 막을 내리는 역할이다.

이미도는 “자심간이 점점 더 생기고 있다”고 했다.

“요즘 햇살을 받는 기분”이라는 그에게 ‘더 욕심나는 역할’을 물었다. 고민 없이 돌아온 대답. “‘마더’를 찍을 때 봉준호 감독님이 저를 물끄러미 보더니 ‘미도는 여형사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눈이 날카롭고 몸이 유연해서 액션연기도 잘 할 거라고요. 봉 감독님! 액션영화 안 만드시나요? 하하!”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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