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인의 핏물 어린 스마트폰, 이젠 많이 줄었다

입력 2012-08-20 10: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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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재료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희생된다면, 우리는 그 재료를 수입하지 않겠습니다.”

글로벌 IT기업들의 분쟁광물의 사용량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2년 8월 16일(현지 시각), 북미의 아프리카 인권단체 이너프 프로젝트(Enough Project)는 24개 글로벌 IT기업들의 분쟁광물 사용량을 토대로 ‘콩고 평화에 이바지한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1위는 100점 만점에 60점을 획득한 인텔이, 2위는 54점을 획득한 HP에게 돌아갔다. 필립스, AMD,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기업들은 분쟁광물을 가려내기 위해 자사의 공급 체계를 엄격히 관리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7점을 획득해 공동 14등에 이름을 올렸다. 공급 체계를 재정비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아직 자체 감사 및 법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소니, 도시바, 레노버는 17~27점을 받으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최악의 기업으로는 0점을 받은 닌텐도가 꼽혔다. 자사 제품에 분쟁광물이 들어가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닌텐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닌텐도는 제조 및 조립과정을 전부 외주업체에 위탁한다”라며, “원재료를 어디서 수입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이유에서 캐논, 니콘, 샤프, HTC도 10점 미만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2년 전 동일한 조사를 실시했을 때에 비하면, 글로벌 IT기업들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4점을 받았던 인텔은 60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13점과 15점을 받았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38점으로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2년 전 10점 미만을 받았던 것에 비해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다.

이너프 프로젝트는 “분쟁광물에 대한 기업의 태도는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실제로 미국과 영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범죄의 온상, 분쟁광물

분쟁광물(Conflict Mineral)이란, 콩고, 우간다 등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업용 광물을 말한다. 특정 세력이 이 광물의 유통경로를 장악하고, 그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인을 강제로 동원해 광물을 채굴한다. 이 과정에서 전쟁이나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동차, IT기기 등 광물이 들어가는 제품이 아프리카 전쟁의 근본적인 자본이 되는 셈이다.

혹자는 이를 ‘피 묻은 다이아몬드(blood diamonds)’에 빗대 ‘피 묻은 휴대전화(blood phones)’라고 부른다. 다이아몬드 역시 아프리카 전쟁 자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매장 지역을 놓고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 1999년 세계 다이아몬드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다이아몬드 중 약 3%가 이 피 묻은 다이아몬드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UN과 세계 인권단체들은 피 묻은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 역시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분쟁광물로 만든 제품 생산을 금지하는 금융규제개혁법을 마련하고 2013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 규제가 본격화되면 미국기업은 물론이고 미국 제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외국기업들도 모두 광물의 원산지를 표기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한국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공황에 빠진 국내 기업을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미국 분쟁광물 규제 대응반을 구성하고 분쟁광물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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