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시련이 날 키웠다” 눈물

입력 2012-08-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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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배영수는 26일 잠실 LG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4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시즌 10승과 통산 100승, 통산 1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투구수는 80개에 불과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즌 10승·통산 100승-1000K’ 삼성 배영수

두산전 7이닝 만에 연달아 3개 기록 작성
팔꿈치 수술 이후 슬럼프 딛고 완벽 부활
팬들에겐 ‘2004년 최고의 해’ 향수 자극


‘푸른 피의 에이스’ 삼성 배영수(31)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26일 잠실 LG전에서 선발등판한 배영수는 7이닝 4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11-0 대승을 이끌었다. 배영수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승리였다. 개인통산 100승, 1000탈삼진, 7년 만의 시즌 10승 투수 등극을 하루에 모두 이뤄냈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좋았다.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탈삼진 5개를 추가, 개인통산 999탈삼진을 기록한 그는 1회 LG 1번타자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손쉽게 통산 1000번째 탈삼진을 채웠다. 5회까지 매회 득점을 올리는 든든한 타선지원이 따르면서 배영수의 공은 회를 거듭할수록 묵직해졌다. LG는 제대로 된 득점 기회도 잡지 못했다.

7이닝을 소화한 뒤 마운드를 내려간 배영수는 여유 속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9승·통산 99승을 기록 중이었던 그는 이번 승리로 시즌 10승·통산100승을 동시에 이뤄냈다. 시즌 10승은 2005년 11승(11패)을 기록한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배영수에게는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멋진 닉네임이 있다. 2000년대 초반 그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투수였다. 2001, 2003년 각각 13승을 수확한 그는 2004년 17승 2패 방어율 2.61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150km가 넘는 불같은 강속구와 절묘한 슬라이더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무용지물이 됐다. 다승·승률 부문 1위 등극과 함께 시즌 MVP도 그의 차지가 됐다.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비공인이지만 ‘10이닝 노히트노런’ 역시 같은 해에 이룩한 기록이다. 삼성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2006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함께 배영수의 강렬함은 추억이 되고 말았다. 150km를 넘나들던 직구는 130km대로 뚝 떨어졌고 구위도 예전 같지 않았다. 최고투수가 한 순간의 부상과 함께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2009년에는 1승 12패 방어율 7.26이라는 낯선 성적표를 손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삼성 선발투수’의 자부심만은 놓지 않았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2003년 이후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강렬함은 사라졌지만 꾸준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10년 넘도록 지켜온 삼성의 선발투수 자리. 삼성 팬들에게 배영수는 현재이며 추억이자 역사다.

아픔을 이겨낸 의미 있는 기록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날 경기 후 눈물을 글썽이며 “힘든 시간을 이겨낸 나 자신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가족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라고 감격스러움을 표현했다.

그를 대신해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대신할 투수는 어디에도 없다. 그는 통산 100승·1000탈삼진·7년만의 10승 기록을 하루에 작성하면서 삼성 팬들과 또 한번의 추억꺼리를 만들었다. 승리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를 향해 삼성 팬들은 “배영수”를 연호했다. 이름만 불러도 축하 메시지가 전달된 잠실의 밤이었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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