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호 “와! A대표…올림픽이 내 인생 바꿨다”

입력 2012-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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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황석호는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백업 수비수에서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는 그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홍명보호 주축서 최강희호 주축으로

올림픽팀 최종 엔트리 발탁 한때 포기
주전 부상으로 기회 얻고 런던서 펄펄
국가대표 선발 소식 처음엔 어안 벙벙
큰무대서 많이 배우고 한단계 더 성장


2월 초 K리그 수원 삼성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동행했을 때 우연히 낯익은 한 선수를 만났다.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 중앙 수비수 황석호(23)였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던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가끔씩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그 때만 해도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다. 소속 팀에서도, 올림픽팀에서도 벤치에 앉아있는 경우가 잦아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적었다. 그리고 반년이 흐른 지금, 처지는 180도 바뀌었다. “그냥 런던 땅을 밟아보기만 하면 원이 없겠다”던 황석호는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홍명보호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이번에는 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 원정(9월11일·타슈켄트)에 나설 23명 엔트리에 발탁됐다. 이번에도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싶다”며 겸손해한다. 대신 달라진 게 있다. 자신감이다.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어 흐뭇한 황석호다.


○인생 바꾼 올림픽

-런던에서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런던에 가기 전에 올림픽팀에서 딱 3경기 밖에 못 뛰었다. 모두 평가전이었는데 보여준 게 없었다. 아시아 최종예선 때도 3차전 명단에 오른 뒤 4∼5차전을 건너뛰었고, 6차전 명단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올림픽에 가리라 생각 했나?

“전혀…. 더욱이 홍명보 감독님이 와일드카드로 수비수, 특히 중앙 수비수를 검토하신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계속 나오니까 ‘아, 아무래도 못 가겠다’ 생각했다. 일찍 포기했다. 그냥 팀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날 위로하기 바빴다(웃음).”


-올림픽 명단 발탁 소식은 언제 들었나?

“발표 나기 전에 알았다. 축구계 지인을 통해 하루 빨리 알게 됐다. 내 생일이 6월27일인데, 29일 최종 엔트리 확정 기자회견이 열렸으니 엄청난 생일 선물을 받은 셈이다.”

황석호는 런던올림픽 때 들었던 인상적인 한 마디가 있었다고 했다. 라커룸에서 코칭스태프가 남긴 뼈 있는 주문이었다. 김태영 수석코치가 지친 표정의 수비수들을 바라보며 던진 ‘버티자’는 말에 없던 힘이 절로 솟았다고 했다. 할 수 있고, 마지막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아준 계기였다.


○올림픽이 남긴 것

-올림픽은 본인에 무얼 남겼나?

“유니버시아드에 나갔고, 대학 선발이 내 대표 이력의 전부였다. 진짜 태극마크는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 갈 길이 훨씬 많이 남았다는 걸 느꼈지만 어디서나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잘 안 풀릴 때, 초조할 때 어떻게 평정심을 찾을지 여유도 갖게 됐다.”


-숱한 스타들을 만났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4강전에서 만난 브라질 마르셀로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 내 평생 그런 선수는 처음 봤다. 기술이나 체력이나 모든 면에서 월등했다.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영국 단일팀의 램지나 스터리지도 대단했다. 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었는지 새삼 실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극복한 계기는?

“일단 지나간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평정심을 잘 찾는다. 일희일비하는 건 싫다. 금세 잊고 다음을 본다. (그라운드에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볼을 안정적으로 연결해준다는 말이 가장 좋긴 한데 아직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황석호는 ‘대체 자원’이라는 표현이 참 싫었다. 하지만 본인도 ‘대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홍명보호 중앙 수비진은 홍정호와 장현수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뜻하지 않은 부상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철저한 백업이었던 황석호가 우연히 그 자리를 물려받았을 뿐이다. 또 이를 계기로 꿈에 그리던 대표팀까지 가게 됐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은 사실이다.


○축구인생 2막을 향해

-대표팀에 소집됐다.

“구단이 대한축구협회에서 대표 소집 공문이 왔다고 알려주더라. 무슨 표현을 하겠나.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그냥 훈련장과 숙소에서 싱글벙글 했다.”


-무슨 생각을 했길래?

“너무 기회가 빨리 찾아오지 않았나 싶었다. 어리둥절했고. 좋기도 했는데, 어안이 벙벙한 느낌? 감사하고 색달랐다. 올림픽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당장 날 여기까지 이끌어준 홍명보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할 뿐이다. 감사 메시지라도 남겨야겠다.”


-대표팀에서는 어떻게 할 건가.

“베테랑 선배들이 참 많다. 큰 무대에서는 뛰든, 뛰지 않든 배울 게 무궁무진하다. 아마 이번 소집이 그럴 것 같다. 선배들의 기술과 경험, 관록을 습득하고 싶다. 물론 나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소속 팀에서도 이를 계기로 한 단계 올라섰단 평가를 받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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