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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로농구(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클러치슈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지 밀러(47·전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뒤늦게 자신의 악행(?)을 고백했다.
레지 밀러는 8일(한국 시각) 미국 농구 명예의 전당 새 회원이 됐다. 지난 1995년 가입한 누나 셰릴 밀러(48)와 더불어 남매가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
밀러는 이날 입회식에서 “1995년 일을 여기서 이야기하겠다. 비디오 보면 알겠지만 그래, 내가 밀었다(yeah, I pushed)"라고 말한 뒤 ”미안하다. 심판이 반칙을 불지 않더라(The ref didn't call it)"라며 웃었다.
밀러가 말한 장면은 1995년 뉴욕 닉스와의 플레이오프. ‘9초 동안 8점’을 성공시키며 ‘밀러 타임’의 대명사가 된 퍼포먼스를 말한다. 당시 밀러는 3점슛-가로채기-3점슛-자유투 2개로 8점을 올렸는데, 두 번째 3점슛에 앞선 가로채기는 당시 밀러를 수비하던 그렉 앤서니(45)를 밀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날 입회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밀러는 ‘필요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by any means necessary)’라는 매직 존슨의 말을 인용하며 1998년 시카고 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클러치 3점슛을 터뜨릴 때 마이클 조던을 밀었던 사실 역시 인정했다. 밀러는 “조던은 다른 선수들을 자주 밀었으니까,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현장에 있던 존슨과 조던을 폭소하게 했다.
‘트래쉬 토커’로 유명한 밀러는 이날 신인시절 조던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프리시즌 때 조던과 맞붙었을 때, 하프타임까지의 득점에서 자신이 10-8로 조던을 앞서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당시 팀 동료 척 퍼슨의 조언에 따라 ‘토킹’을 했던 밀러는 "후반에만 32점을 허용했다"라며 "이후 조던에게는 시비를 걸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밀러는 ‘위기 상황에서 2점차라면 조던에게, 3점차라면 밀러에게 공을 준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조던과 더불어 해결사로서 이름을 떨쳤다. 특히 94년, 95년, 98년 뉴욕 닉스와의 혈전이 그를 널리 알렸다.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그에게 야유를 보낸 팬들을 향해 정중한 인사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관중석에서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자 폭발적인 득점을 올린 뒤 펼친 목조르기 퍼포먼스 등이 유명하다.
밀러는 대도시 LA 지역 토박이임에도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지명된 이후 18년간 이 팀에서만 뛰면서 팀을 여러 차례 플레이오프로 이끌었지만 끝내 우승은 하지 못했다. 때문에 존 스탁턴(50·전 유타)과 함께 ‘비운의 프랜차이즈 스타’에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퇴식에서 홈팬들이 펼친 ‘레지, 고마워요(Thank you, Reggie)' 퍼포먼스 또한 역대 최고의 은퇴 경기로 남아있다.
이날 밀러 외에도 돈 넬슨(72) 전 감독, 휴스턴의 트윈 타워 랄프 샘슨(52), NBA 우승 4번에 빛나는 자말 윌크스(59), 올림픽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카트리나 맥클레인(47), 심판 행크 니콜스(74·미국), 구 소련 여자 대표팀 감독 리디아 알렉시바(88·러시아) 등이 농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