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은 11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사직구장 연패 얘기가 나오자 허탈한 듯 웃었다. 10일 롯데전에 패하면서 지난해 6월 12일부터 사직구장에서만 무려 14연패를 당했다. 물론 전력의 열세 탓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올 시즌 대전에선 롯데와 10차례 맞붙어 7승3패로 오히려 앞섰기 때문이다.
한 대행은 “사실 어제(10일) 무리해서라도 바티스타를 선발로 내서 사직 연패를 끊을까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런데 괜히 안 풀리는 구장에서 더 안 좋을 수 있어 홈에서 하자고 했다”며 “안 되는 구장에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그런데 또 특정구장에 가면 잘 풀리기도 한다. 타자 중에 ‘이 구장에서 안타 2개 못 치면 바보다’며 자신감을 갖는 선수도 있다. 나는 현역시절 120승을 했는데, 사직에선 승리가 없었다”며 특정구장과의 궁합을 설명했다.
한화가 사직 14연패를 기록 중이지만, 특정구장 연패 기록은 LG가 전신인 MBC 시절부터 기록한 대전 19연패다. 1988년 8월 20일∼1990년 7월 22일 대전에선 빙그레에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 시절 빙그레 간판투수였던 한 대행은 “당시 LG는 4∼5점 앞서다가도 이상하게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질 때도 많았다. 나중에는 덕아웃에 소금까지 뿌리더라”며 “우리는 경기가 안 풀릴 때 지리산의 도사까지 부른 적도 있다”며 웃었다.
대전|이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