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은 선발 이용찬이 9회까지 무실점 완봉투구를 펼치고 롯데에 4-0으로 승리하며 롯데의 4연승을 저지했다. 사직|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롯데전 선발등판 개인최다 11K·첫 완봉
긍정의 마인드로 풀타임 선발 첫해 진가
두산 이용찬(24)은 재능이 많은 투수다. 키 185m, 몸무게 85kg의 뛰어난 신체조건과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진다. 김진욱 감독은 “어깨회전근은 훈련으로 단련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용찬이와 (홍)상삼이가 좋은 직구를 던질 수 있는 것은 선천적으로 강한 어깨를 타고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실질적인 프로 데뷔 연도였던 2009년 마무리투수로 낙점될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개인적으로 욕심도 많다. 마무리투수에 대한 애착이 많았지만, 지난해 선발로 전환한 뒤부터 완급과 투구수 조절, 확실한 주무기 장착에 심혈을 기울이며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 소화할까’를 고민하는 영리한 투수다. 선발로는 올 시즌이 첫 풀타임임에도 니퍼트와 함께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올해 지독한 불운에 울었다. 잘 던지고도 타선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는 경우가 많았다. 5월 11일 광주 KIA전 8이닝 1실점, 8월 25일 사직 롯데전 8이닝 2실점으로 완투하고도 모두 패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이용찬은 “괜찮다. 개의치 않는다. 언젠가 타자들이 잘 쳐줘서 이기는 날이 오지 않겠나”라며 웃고는 “선발을 하면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야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지치지 않도록 쓸데없는 투구동작도 줄이고, 가능한 빨리 이닝을 마치려 애쓰고 있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용찬은 시즌 23번째 선발등판이었던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9이닝 4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8월 8일 대전 한화전(6이닝 1실점 시즌 9승) 이후 무려 34일 만에 달성한 시즌 10승(9패·방어율 2.88)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것이다.
이날 투구내용은 완벽했다. 5회와 9회를 제외하고는 단 1명의 주자도 허락하지 않았다. 완벽한 제구로 2011년 9월 28일 잠실 삼성전(10탈삼진) 이후 개인최다탈삼진(11개)을 솎아내며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특히 9회 박준서의 내야안타 때 3루수 이원석과 충돌해 그라운드에 쓰러진 데 이어, 이후 조금 흔들리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침착하게 마지막 타자 홍성흔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끝까지 경기를 책임졌다. 야수들도 5회 이종욱, 6회 김현수, 7회 정수빈이 호수비를 펼치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경기 후 이용찬은 “이전까지는 ‘10승’과 ‘이기자’는 욕심이 있었지만,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내 피칭을 하자’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첫 완봉승은 기쁘지만 야수들의 수비 덕을 많이 봤다. 운이 많이 따른 경기라고 생각한다. 내 목표인 12승에 한 발짝 더 다가가 기쁘다”고 말했다.
사직|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