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 스포츠동아DB
김연경-흥국생명 입장 교묘히 이용
기자회견 가진 뒤 FIVB에 책임회피
FIVB 유권해석 요구 부터가 난센스
협회 LA행도 쇼…현장 결정 불가능
김연경(흥국생명)의 해외이적문제와 관련한 대한배구협회의 꼼수가 들통 났다.
대한배구협회 박성민 부회장은 13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19일 국제배구연맹(FIVB) 총회가 열리는 미국 LA로 가 관계자들과 김연경의 FA자격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7일 김연경 해외이적 관련 기자회견에서 FIVB에 김연경이 임대 신분인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위스 로잔의 FIVB 사무실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건 난센스다.
김연경의 이적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7월4일 대한배구협회 성기학 국제부장은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의 로컬 규정이 있는데, 이 문제는 FIVB에 질문할 필요도 없고, 그 자체도 창피한 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달 뒤 협회가 FIVB에 질의해 책임지고 이 일을 해결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왜일까.
속사정은 이렇다. 여자배구가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자 대한배구협회 임태희 회장은 출정식(7월12일)에서 “김연경 문제를 배구발전과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때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급기야 36년 만에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뤄내자 임 회장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했다. 김연경 문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7일 흥국생명과 김연경 양 측이 합의도 안 된 반쪽짜리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찜찜한 구석은 아직도 남아있다.
협회는 양 측의 입장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당시 합의문의 핵심이었던 ‘국제기구나 법률적 판단이 완성될 경우, 그에 따르기로 한다’는 문구 하나로 양 측을 합의문 작성과 기자회견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문제 해결을 FIVB에 떠넘기겠다는 책임회피일 뿐이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유권해석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마지못해 동의하고 참석했다. 협회는 합의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었으니 할 일은 다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프로선수의 신분에 관한 유권해석을 FIVB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로선수의 신분에 관한 문제는 각국의 로컬 규정에 명시돼 있고, 이는 FIVB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제다.
협회가 19일 FIVB 총회가 열리는 LA로 가는 것도 일종의 쇼다. 총회는 김연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단지 관계자 몇몇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눠볼 수 있을 뿐이다. 현장에서 결정이 날 리도 만무하다. 추후 회의를 통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말을 들으러 LA까지 가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다. 더구나 그런 형식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협회와 연맹 관계자 등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갈 것이라는 소식이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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