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9회에도 포기 않는, 그것이 야구다”

입력 2012-09-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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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올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공룡군단’을 이끄는 수장 김경문 감독이 경기 전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NC가 올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공룡군단’을 이끄는 수장 김경문 감독이 경기 전 모자를 고쳐 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우승 이끈 NC 다이노스 감독 김경문

2군 리그를 치르면서 가장 큰 수확은
끝내 역전승 일궈내는 선수들의 의지

올 겨울 캠프 독하게 공·수·주 보완
투수 영입 고려…8개 구단 모니터도


“처음에는 이 팀을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

지난해 겨울 NC 다이노스의 첫 캠프가 열린 전남 강진 베이스볼파크에서 만난 김경문(54) 감독의 눈에는 ‘이 선수들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야구를 할까’라는 설렘과 ‘이 팀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라는 걱정이 공존했다. 2004년부터 두산을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만들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김 감독에게도 ‘신생팀’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 뒤 김 감독은 ‘공룡군단’을 이끌고 퓨처스(2군)리그 남부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수확도 많았다. 이재학 노성호 나성범 등 ‘될성부른 떡잎’들을 발굴했고, 2013년 1군 진입에 앞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과시하며 기존 8개 구단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제 출발점에 섰을 뿐”이라며 고개를 젓고는 “지금부터가 진짜다. 열심히 준비해 8명의 형들(8개 구단)에게 만만치 않은 아우가 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합지졸이 프로로!

2011년 10월 첫 발을 내디딘 NC는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공·수·주 모두 고교 수준에 불과했고, 젊은 패기만이 유일한 재산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제시한 해결책은 ‘자나 깨나 훈련’이었다.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코칭스태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훈련량에 선수들의 손바닥에는 피가 흐르고 피부가 벗겨졌다. 아문 상처 위에 또 상처가 나도 방망이를 휘둘렀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흘린 땀은 배신을 하지 않았다. NC는 하루가 다르게 프로팀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퓨처스리그 개막과 동시에 상대팀들을 매섭게 몰아치며 승수를 쌓아갔지만, 시즌 중반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풀타임 출장이 처음인 선수들은 맘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적잖이 당황했다. 당시 김 감독은 “애들이 많이 지쳤다”며 가슴으로 안타까워했지만 “당연히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런 경험들이 내년 1군에 진입한 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제1조건

김경문 감독은 늘 그랬다. 적어도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만큼은 프로가 돼야 한다는 게 변치 않은 신념이다. NC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야구를 대하는 자세다. 김 감독은 “2군 리그를 치르면서 가장 큰 수확은 단순히 몇 승이 아니라, 9회에도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일궈내는 선수들의 모습이었다”며 “1군에 올라가면 아마 8개 구단이 NC를 상대로 승수를 쌓기 위해 덤벼들 것이다. 경기 전부터 약한 모습을 보이면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함부로 덤빌 수 없는 팀을 만드는 게 내 첫 번째 목표다”고 강조했다.

‘조용히, 그리고 강하게!’ 김 감독이 그리는 내년 NC의 모습이다.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이제 출발선상에 선 것뿐이다. 앞으로 8개 구단에서 선수 1명씩(20인 보호선수 외)을 데려오고 용병까지 와야 팀이 갖춰진다. 트레이드 카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까지 포함해 폭넓게 선수단 구성을 구상하고 있다”며 “2군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며 직접 눈으로 체크했고, 1군 경기도 열심히 모니터하고 있다. (8개 구단에서 데려올 선수는) 투수 쪽으로 고려하고 있다. 일단 마운드가 안정돼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8개 구단을 향한 당돌한 도전장

김경문 감독은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우승을 결정짓고 “수고했다”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무엇보다 함께 고생해준 코칭스태프를 향해 “커리어 있는 코치들이 열심히 해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을 강조했다. 스스로도 이를 악물었다. “2군에선 실수하면서 배우지만 1군에선 실수 하나면 패배로 연결된다. 겨울 캠프 때부터 독하게 준비하겠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8개 구단을 향한 당돌한 도전장 역시 잊지 않았다. “우리는 걸음마 수준입니다. 공격, 주루, 수비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많죠. 하지만 걸음마도 부지런히 해야 뛸 수 있잖아요. 8개 팀 형들에게 지지 않도록 한번 겨울부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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