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전재수(43) 감독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번에는 전 감독이 경쟁팀 선수의 스케이트를 훼손하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20일, 13명의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미국중재위원회(AAA)에 보낸 진정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7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표 선발전 이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일 AAA에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진정서에 참여한 선수들은 2011년 쇼트트랙 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감독이 한국계 선수 사이먼 조(한국명 조성문)에게 캐나다 에이스 올리비에 장의 스케이트를 망가뜨릴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당시 캐나다는 남자 5,000m 계주를 앞두고 올리비에 장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3명으로 레이스에 나선 끝에 최하위인 4위에 그쳤다. 대회 직후 캐나다 빙상연맹은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 올리비에 장의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생겼지만 수리할 시간이 없어 3명으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미국 대표선수들은 사이먼 조가 대회를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료에게 "후회가 되는 어두운 비밀"이라며 장의 스케이트를 망가뜨렸음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이먼 조는 몇 달 뒤에도 "모두가 배후에 전재수 감독이 있다는 것을 안다"라며 "시간을 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것.
앞서 14명의 미국 대표팀 선수들은 전 감독을 비롯한 한국인 지도자들이 신체·언어적인 학대를 당했다며 훈련을 거부하고 지도자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국내 한 관계자는 최근의 사태를 미국 빙상계가 한국 쇼트트랙 코치들을 몰아내기 위해 저지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만일 사실이라면 이미 한국 코치들은 코치 자격 정지가 아니라 감옥에 있어야할 것”이라며 “연맹이나 법원보다 신문과 먼저 이야기한다는 점이 그들이 여론 몰이를 한다는 점을 증명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빙상계를 경험한 그는 “미국 국가대표팀을 맡으려면 최소한 코치 라이센스 3이 있어야한다.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 빙상연맹으로부터 많은 교육과 테스트를 받은 끝에 인증받은 것이다. 빙상 지식과 별개로 가르치는 것은 한국식이 아니라 미국식”이라고 말했다.
또 “전 감독은 한국 코치 중에도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라며 “코치와 선수들의 신뢰 관계가 이미 깨진 이상 전 감독이 자리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대한빙상연맹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해외로 떠난 코치가 해당 연맹에서 자격을 획득한 뒤 그 곳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없다.
전 감독 사태는 자 팀 선수에 대한 학대를 떠나 타 국가대표팀에 대한 부정행위가 거론된 이상 향후 스포츠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됐다.
미국 빙상연맹은 현재 전 감독을 일시 자격 정지시키고, 여준형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한 상태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