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명 메이저리거’ 그린버그, 7년 만에 빅리그 복귀

입력 2012-09-28 13: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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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동아닷컴]

꿈을 이루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하지만 어렵게 성취한 꿈이 단 몇 초 만에 사라졌다면 그 아픔 또한 배가된다.

동아닷컴이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단독 인터뷰했던 ‘최단명 메이저리거’ 애덤 그린버그(31)가 메이저리그로 복귀한다. 무려 7년 만의 일이다.

그린버그는 “최근 마이애미 말린스와 계약했으며 오는 10월 2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출전할 것”이라는 소식을 28일 동아닷컴 취재진에 알려왔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그린버그는 지난 2002년 시카고 컵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한 후 2005년 7월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

빅리그로 콜업된지 이틀 후인 2005년 7월 9일 그린버그는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발레리오 델 로 산토스.

“당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죠. 부모님과 형제들도 저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축하해 주기 위해 야구장에 와 있었고 제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였으니까요.” 그린버그가 동아닷컴 취재진에 밝힌 당시 소감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산토스가 던진 시속 148km의 초구가 그린버그의 뒤통수를 강타했고 그는 머리를 움켜쥔 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그린버그는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당시만 해도 그 것이 그의 메이저리그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린버그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몇 초도 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어려서부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워온 그린버그는 하루 빨리 빅리그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에 사고 3주 후 부터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그의 몸은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자신의 신발끈 하나 스스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린버그는 결국 그 해 시즌이 끝나고 컵스에서 방출됐다. 야구는 고사하고 일상 생활이 가능할 지 의문이 들만큼 상태는 심각했다.

여러 의사를 찾아 다니며 치료한 끝에 그린버그는 1년 6개월 후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그에게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구단은 캔자스시티 로열스. 하지만 그린버그는 메이저리그로 돌아가지 못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몸 쪽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고 기량도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그린버그는 LA 에인절스, 신시내티 레즈, 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했고 2009년부터는 독립리그에서 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올 해는 2년 전 결혼해 생긴 가정의 생계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소속팀 없이 개인운동만 병행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대표팀 일원으로 플로리다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전에 참가했다. 사고 후 7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빅리그 복귀에 대한 갈증은 식지 않았다.

그린버그의 딱한 사연을 접한 한 야구팬은 웹사이트(www.oneatbat.com)를 개설해 그린버그에게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자며 작년 겨울부터 캠페인을 벌였다. 사구로 1루에 진루하지 못한 채 실려나간 그린버그의 타석은 메이저리그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야구팬들의 성원과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묵묵히 노력해온 그린버그의 열정은 결국 사고 후 7년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점은 무려 7년 만의 빅리그 복귀가 바로 자신에게 악몽을 안긴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고 이뤄진다는 것.

마이애미 말린스는 2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그린버그와 10월 2일 하루만 유효한 1일용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또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열정을 존중하며 그런 그에게 메이저리그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린버그는 28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운을 뗀 뒤 “이를 계기로 마이애미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해 계속해서 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버그는 이번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받게 되는 3천 달러 전액을 마이애미 말린스 재단에 기부했으며 그 돈은 재단을 통해 자신처럼 머리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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