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호세 레이예스 “FA 징크스? 나에겐 없다”

입력 2012-10-05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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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레이예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FA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타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예전보다 못한 활약을 펼친 경우를 일컫는다.

지난 겨울 뉴욕 메츠를 떠나 6년 총액 1180억 원에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은 호세 레이예스(29)가 올 시즌 ‘FA 징크스’를 뛰어 넘으며 비교적 무난하게 새 팀에 안착했다.

레이예스는 올시즌 총 1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1홈런, 57타점, 40도루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지난해 0.337의 타율로 내셔널리그 타격왕이었던 그의 명성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 그러나 체력과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서 2008년 이후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것과 내셔널리그 도루 3위에 오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올 해도 18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여전히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레이예스는 16세이던 지난 1999년 도미니카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그 해 8월 16일 뉴욕 메츠와 계약했다.

나이 문제로 한 해 뒤인 2000년 미국으로 건너온 레이예스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3년 6월 10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전에서 4타수 2안타로 활약한 그는 며칠 뒤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는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 해 발목 부상으로 한 달 앞서 시즌을 마감했고 기대를 갖고 맞이한 2004년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6월 19일까지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데뷔 3년 째인 2005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기 시작한 레이예스는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팀의 선두타자로 60도루를 성공시키며 내셔널리그 도루왕에 올랐다.

이후 그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다. 2005년부터 3년 연속 내셔널리그 도루왕에 등극한 것은 물론 2006년과 2007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스타에도 4번이나 선정됐다.

레이예스는 또 음악회사(EL7 MUSIC)를 소유하고 있는 오너이자 레게뮤직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2011년 싱글앨범을 출시하며 가수로 데뷔한 그는 같은 해 7월에는 ‘No hay amigo(There is no friend)’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도 발표했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타를 단독 인터뷰 해온 동아닷컴은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 레이예스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호세 레이예스. 동아닷컴DB


다음은 레이예스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나쁘지 않다. 좋은 편이다. 전반기에 성적이 안 좋았다. 그래서 후반기에 만회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타율이 0.288이다. 작년도 내셔널리그 타격왕으로서 올해 3할은 쳐야 할 것 같은데?

“(웃으며) 물론이다. 적어도 3할은 쳐야 되고 그것이 또 목표이기도 하다. 매 타석 집중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메이저리그 10년 차 선수로 데뷔 후 줄곧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남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에는 뛰어난 투수들이 많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타자를 공략하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잠시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으려면 항상 노력하고 연구해야 된다.”

-올 시즌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 중이다. 타선은 마음에 드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줄곧 1번 타자로 활약했지만 지금의 타선도 마음에 든다. 타선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느 타선에 배치되더라도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09년 이후 도루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부상 때문이다. 2009년 햄스트링 수술을 하면서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근육 일부를 제거해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수술 전보다는 몸을 사리게 된다.”

-야구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어렸을 때다. 일곱살 때 쯤으로 기억한다. 도미니카에서 야구는 최고 인기 스포츠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를 접하게 됐다.”

-내셔널리그 도루왕(3회)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타이틀도 2번이나 차지했다. 어려서부터 달리기가 빠른 편이었나?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렸을 땐 삐쩍 말라서 잘 뛰지 못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남보다 차별화된 나만의 장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안타를 친 공을 아버지에게 전해줄 때였다. 정말 특별하고 감격스러웠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메이저리그에는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가 많다. 특히 A.J. 버넷(피츠버그)이 까다롭다. (웃으며) 작년까지 그를 상대로 20타수 무안타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세 레이예스. 동아닷컴DB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참가할 것인가?

“도미니카 대표팀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참가할 것이다. 조국을 위한 일인데 부른다면 당연히 달려가야 하지 않겠나”

-당신은 음반과 뮤직비디오까지 출시한 가수라고 들었다.

“(웃으며) 일종의 취미 활동일 뿐이다. 야구 시즌이 끝나고 쉬는 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음악을 즐기는 정도다.

-콘서트도 하나?

“(손을 저으며) 그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다만 고향에 돌아가면 가까운 지인들과의 파티 때 간간히 앞에 나서서 노래를 부르기는 한다.”

-새 앨범은 언제쯤 출시할 계획인가?

“이번 오프시즌에 작업할 계획이긴 한데 자세한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당신의 뮤직비디오에 보면 한 소년이 야구장에서 운동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 곳이 도미니카인가?

“그렇다. 그 야구장이 바로 내가 어릴 적 야구하던 곳이다. 그 뮤직비디오는 내가 어떻게 야구를 해서 메이저리거가 되었는지를 소재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프시즌 때 도미니카에 가서 직접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기도 하나?

“물론이다. 오프시즌 때 고향에 돌아가면 틈날 때 마다 유소년 야구발전을 위해 코치를 맡는다. 아울러 고향에 유소년 야구장을 지어주기도 했다.”

-혹시 별명이 있나?

“스페인어로 ‘라미 멜라자’라는 별명이 있다. 영어로 다정한, 친근한 정도의 뜻이다.”

-얼마 전 당신의 전 소속팀(뉴욕 메츠) 동료였던 데이비드 라이트를 인터뷰했다. 아직도 라이트와 자주 연락하며 지내나?

“물론이다. 라이트는 내가 메츠에서 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수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형제 같은 존재다. 비록 내가 팀을 옮기면서 떨어지게 됐지만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친하게 지낸다.”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있는 당신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새 팀에는 잘 적응하고 있나?

“줄곧 메츠 유니폼만 입다 보니 처음에는 나도 좀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편하고 좋다. 팀 동료나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프런트 직원들도 잘해주고 이 곳 분위기도 매우 좋다. 이 곳에서 뛸 수 있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호세 레이예스. 동아닷컴DB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당신에게 메츠 팬들은 뭐라고 하던가?

“(웃으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팀을 이적하는 것도 야구의 일부분이고 자유계약선수가 되었을 때 메츠에서 나를 잡지 않았는데.”

-이제 겨우 29세다. 앞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시간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특별한 목표는 없다. 다만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랜 시간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싶다.”

-경기나 연습이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아들은 없고 딸만 세 명이나 있다 보니 주로 집에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혹시 더 낳을 계획도 있나?

“(웃으며) 어쩌면 더 낳을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계획은 없지만 누가 알겠는가? 하하.”

-야구 선수들은 징크스가 많은데 당신도 그런가?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다만 클럽하우스에 일찍 나와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고 온탕에 들어가 몸을 풀면서 남보다 조금 더 빨리 연습과 경기를 준비하는 것 말고는 없다.”

-레이예스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내 고향은 매우 가난하고 작은 동네다. 그런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야구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야구는 내게 너무 특별한 존재이며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에게 감사한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의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멀리서 응원해 주는 한국 팬들에게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한국에서 야구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꾸준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아이들 또한 훗날 이 곳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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