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혜선 감독 “‘복숭아나무‘, 죽음 가깝게 느끼며 만든 작품”

입력 2012-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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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복숭아나무’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구혜선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dnga.com

“‘복숭아나무’가 세상에 나와 정말 감사해요.”

영화 ‘복숭아나무’는 구혜선 감독(28)에게는 특별하다. 이 영화가 나오기까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감독으로서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동시에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상업영화다.

그래서일까? 그는 “기분이 오묘하다. 기쁜 일인데 그 만큼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영화 ‘복숭아나무’의 연출자인 구 감독을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두 손을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며 “안녕하세요. 너무 춥죠?”라는 인사말을 다정하게 건넸다. 가냘픈 외모와 달리 인터뷰 내내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다.


▶ “‘죽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어…주변 사람들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구 감독에게 영화 ‘복숭아나무’는 한약이다.

여러 가지 좋은 약재들을 정성스럽게 다려 만들 듯 구 감독은 이번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각본을 썼고 영화에 삽입될 음악을 만들었다. 연출과 편집에도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비록 그 맛이 쓸지라도 구 감독에겐 연출자로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다.

구 감독이 ‘복숭아나무’를 구상하게 된 것은 2009년. 유독 그 해에는 영화사 ‘아침’의 고 정승혜 대표를 비롯해 그녀의 주변 인물들이 세상을 많이 떠났다. 그러다보니 ‘죽음’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고 살아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죽음’이라는 녀석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죠.”

‘상현’과 ‘동현’이라는 이중적인 인격의 샴쌍둥이를 만들며 구 감독은 내면의 이중성을 보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상현’이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분명 내 곁에 존재하지만 너무 익숙해 그들의 소중함을 모를 때도 있고, 가끔 귀찮아서 없으면 좋겠지만 절대로 뗄 수 없는 사이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구혜선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dnga.com



▶ “생소하고 무거운 주제, 대중영화 안되라는 법 없죠”

구 감독은 누구나 다 아는 배우 출신 연출자다. ‘탱고’, ‘복숭아나무’ 등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또 ‘갈색머리’ ‘골목을 돌면’ 등 음악을 만드는 등 다재다능한 끼를 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영화에서도 ‘복숭아나무’라는 작품보다 ‘구혜선 연출’이라는 것이 더 주목되고 있는 게 사실. 배우 출신이라 제작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 것이라는 편견도 있지 않았을까.

“제 이름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을 알고 있어요. 배우 출신이기에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분명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편견’도 단점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죠.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제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고요.”

‘복숭아나무’는 그녀의 첫 상업영화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무겁고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이에 대해 구 감독은 “대중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피력했다.

“초밥이나 피자가 생소하던 시절엔 그런 음식을 안 먹었던 게 아니고 먹을 기회가 없었던 거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 같아요. 관객들에게 여러 반찬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반찬을 먹을 지는 관객들의 선택이니까요.”


▶ “친구들과 만나면 연애 이야기…결혼 생각 아직 없어”

영화 속 ‘상현’과 ‘동현’은 숙명적인 관계다. ‘동현’은 뒤통수에 있는 형인 ‘상현’이 자신의 앞길을 망쳤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죽고도 싶었지만 반대로 형 때문에 살아야 했다. 그 만큼 형을 죽을 만큼 미워했고 사랑한 것이다.

관객들에게 ‘사랑’이라는 큰 개념을 품어주고 싶다는 구혜선은 “이 사랑은 정말 내게 특별한 존재에게 부여되는 의미 같다. 그러기에 더 소중한 사랑이다”며 과거를 되짚기도 했다.

“지인의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되셨어요. 그런데 생전 그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고, 의식이 없을 때 매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이 저에게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많이 표현하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데 참…(웃음). 관객들이 말로 표현 못하는 그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무거워진 분위기를 띄우려 구혜선의 사생활을 물어봤다. 구혜선은 올해 만 28세.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를 맞았다. 결혼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니 당장은 없단다. 게다가 집에서는 오히려 결혼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 걸 어머니가 아시니까 특별히 재촉하진 않으세요. 저 역시 나이가 신경 쓰이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겠지만요.”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연애이야기로 수다삼매경이란다. 이럴 때 보면 딱 20대 후반 평범한 여자다.

“제 영화에 출연한 (서)현진이랑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요. 전 보통 일대일 만남을 좋아하거든요. 친구를 만나면 소개팅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 수다를 떨면서 보내요. (웃음)”

구혜선은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는 모르겠단다. 늘 ‘캔디’처럼 성장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캐릭터 변화에 조급함을 느까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나리오가 긍정적인 아이밖에 안 들어와요. 금잔디처럼 늘 성장하고 이런 캐릭터로요. 그런데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언제까지 제가 이 느낌으로 연기하지는 않을 테니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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