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모창민 “아내와 두 딸 위해 NC서 대포 쾅!쾅!”

입력 2012-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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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의 SK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던 모창민은 새벽에 전화를 받고 NC에 특별지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는 첫 딸과 곧 태어날 둘째 딸을 위해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NC 특별지명 모창민 ‘야구인생 2막’

SK맨 3시즌 투·포수 빼고 전 포지션 전전
상무서 2군리그 출전 홈런 2위·타율 4위
마침내 NC 김경문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첫 딸 태명은 ‘홈런’ 둘째딸 태명은 ‘한방’
내년 NC서 인생역전…웨딩마치 약속도


“(모)창민(27·NC)아, 내 방으로 좀 와라.” 15일 새벽 4시(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의 SK 마무리캠프 숙소. 단잠을 자던 모창민은 전화벨 소리에 깼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SK 이만수 감독이었다. ‘무슨 일이시지?’ 눈을 비빈 모창민은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는 20통. 카카오톡 메시지는 무려 40통 가까이 와 있었다. 메시지 내용을 보고서야 상황이 파악됐다. 자신이 NC로 ‘특별지명’됐다는 소식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 감독의 방으로 향했다. “(모)창민아, 투수를 보호하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내 가슴도 찢어진다. 미안하다.” 다음날, 동료들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누군가는 “너 개인을 생각하면 잘 된 일”이라며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19시간이 걸린 귀국길.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결론은 하나. “그래, 이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창원에서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모창민의 글러브는 몇 개?

모창민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 시절 3루수로 각광을 받았지만, SK에는 최정이라는 국가대표 3루수가 버티고 있었다. 주로 대주자나 대타 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 “솔직히 (최)정이가 너무 잘 하잖아요. 벽이 높았죠.” 출전을 위해 멀티 내야수가 돼야 했다. 심지어 외야 수비까지 나갔다. 이 시절 그는 다양한 글러브를 챙기고 다녔다. “1루수, 2루수, 유격수, 3루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그러고 보니 1군에서 포수와 투수 빼고 다 해봤네요.” 결국 그는 3시즌 동안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2010시즌 후 상무에 입대했다.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NC행

올 시즌 퓨처스(2군)리그 선수들 사이에선 NC전에서 더 잘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1군 진입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에게 NC는 기회의 땅. NC 김경문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혹시 야구인생의 새로운 계기가 생길 지도 모를 일이었다. 리그가 달라 상무와 NC가 많은 경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모창민 역시 “솔직히 그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었다. 그는 올 시즌 2군 북부리그에서 홈런 2위(11개), 타율 4위(0.353), 타점 4위(61개)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제대 이후에는 이만수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포스트시즌에도 나섰다. 김경문 감독은 결국 모창민을 택했다. 19일 처음으로 NC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제 여기가 내 팀인가 싶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와 두 딸을 위해 ‘홈런’, ‘한방’을 날린다!

모창민은 상무 시절 광주일고 후배 김성현(25·SK)의 소개로 만난 이윤숙(27)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8월 첫 돌을 맞은 딸 하은(1) 양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현재 아내의 태중에는 4개월 된 둘째딸도 있다. “부모가 돼 보셨어요? 저도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결혼 전에는 정말 몰랐어요.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더 좋은 분유, 더 좋은 기저귀, 더 좋은 옷을 사주고 싶은 그 마음을요….” 야구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더 분명해졌다. FA(프리에이전트) 대박 선수들의 소식을 들으면서도, 자신에게는 말 한마디 모나게 한 적이 없는 아내에게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와이프에게 ‘운동 열심히 해서 나도 꼭 저렇게 해줄게’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죽기 살기로 해야죠.” 부부는 첫 아이의 태명을 ‘홈런’, 둘째의 태명은 ‘한방’이라고 지었다. 모창민은 내년 시즌 딸들의 태명대로 홈런 한방을 멋지게 날리는 장면을 꿈꾼다. 그리고 시즌을 마치면, 군복무 등으로 미뤄왔던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다.


○깊은 인연의 멘토 이호준 선배처럼!

모창민의 멘토는 광주일고 10년 선배 이호준(36)이다. 그는 SK 시절부터 잘 따랐던 선배가 NC에서 함께 뛰게 된 것이 마냥 기쁘기만 하다. “이호준 선배가 SK를 떠나시면서 저에게 그러셨어요. ‘(모)창민아, 내가 나가야 너에게도 기회가 생기지.’ 그런데 며칠 뒤 다시 만나게 됐네요. 인연이란 게 참….” 이호준 역시 2001년 겨울 결혼식을 올릴 때는 유명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SK의 중심타자가 됐고, 2번의 FA 대박을 터트렸다. 후배는 그런 선배를 동경했고, 선배는 어려웠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후배를 아꼈다. 모창민은 “선배에게 늘 감사하다. 이번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으니, 신생팀 NC에서 함께 꿈을 펼쳐보고 싶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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