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상대 의견을 경청하는 열린 귀를 가졌다. 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결정으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21일 제주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최 감독.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 찰싹 열린 귀
“팀 도움만 된다면”…선배를 코치로 영입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올 시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장소가 전력분석실이다. 서울의 전력분석관은 2명이다. 이들이 동영상 자료를 편집해오면 즉석에서 분석 회의가 벌어진다. 이 때 최 감독의 귀가 활짝 열린다. 위아래, 감독과 코치 구분이 없다. 각자 자유롭게 주장을 편다. 최 감독은 전력분석관의 말도 주의 깊게 듣는다. 그들이 직접 동영상을 만들면서 받은 느낌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 감독이 또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트레이너들이다. 수시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묻고 의견을 듣고 경기출전에 반영했다. 큰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올 시즌 서울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다.
박태하 수석코치를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 코치는 최 감독보다 3살 많다. 코치가 감독보다 선배인 구도가 형성됐지만 최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내 말 잘 듣는 후배 코치 데려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작년 감독대행을 하면서 할 게 너무 많았다. 외부하고도 싸워야 하고 내부단속도 해야 하더라. 좋은 선배님을 만난 건 나에게도 팀에도 좋은 일이다”고 했다. 박 코치는 프로와 대표팀 지도자를 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최 감독을 보좌했다.
그렇다고 최 감독이 마냥 열려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철퇴를 날려야할 때는 과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얀의 ‘태업 논란’이다. 데얀은 올 시즌에 앞서 거액의 연봉에 중국 팀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다. 서울은 고심 끝에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데얀의 플레이가 성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최 감독은 3월4일 대구와 개막 원정 시작 22분 만에 데얀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초강수를 던졌다. 그 때 데얀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누구와도 상의 없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최 감독의 결단력은 시즌 초반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하나로 모으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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