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박찬호(39·한화)가 갑자기 이용규의 이름을 꺼냈다. 장학금 수여자 가운데 한 명이 “끈질긴 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5회 박찬호장학회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 유망주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가던 박찬호가 유일하게 머뭇거린 질문이 바로 ‘끈질긴 타자 되는 법’이었다.
박찬호는 잠시 웃더니 이렇게 조언했다. “이용규 선수에게 편지를 써봐. ‘다람쥐 같은 이용규 선수님, 저는 어느 학교 누구입니다. 어떻게 하면 타석에서 끈질기게 버틸 수 있나요’라고. 인터넷에서 KIA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구단 주소가 나올 테니 그쪽으로 보내면 돼.” 이어 당황하는 선수에게 “아마 (이용규가) 답장을 보내 줄 거다. 만약 오지 않으면 앞으로 7년 후 (프로선수가 돼) 이용규를 잡아 버리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단순히 ‘최고의 선수에게 답을 얻으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두려움과 창피함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용기’와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집중하면 같은 일이 반복되니, 힘들 때 웃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15회째를 맞은 이날 행사에서 야구 꿈나무 17명에게 일일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 61번이 박힌 한화 유니폼을 선물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성실히 답하며 꿈나무들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