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한국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올해 3월 발족된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2012년 현재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이학주(탬파베이)를 필두로 최지만(시애틀), 김선기(시애틀), 나경민(샌디에이고) 등 14명. 여기에 재미교포 선수까지 더하면 총 17명으로 늘어난다.
한국인 선수가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지 십 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그들을 지원하고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는 따로 없었다. 물론 그간 협회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여러 이유로 번번히 무산 됐었다.
홀로 자비와 시간을 투자해 어렵게 선수협을 발족시킨 존 리 선수협 사무국장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은 낯선 타향에서 언어, 문화, 음식 등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런 고충을 덜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면 더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수 있겠다는 신념이 있었다”며 선수협 탄생 배경을 전했다.
그는 또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일본이나 남미선수들의 경우 자국 선수들간의 인적 교류가 면밀하게 잘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설령 방출을 당하더라도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팀을 쉽게 찾는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들의 경우 방출은 곧 귀국을 의미하며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2년간 뛸 수 없는 조항 때문에 한창 운동할 나이에 오히려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 했다.
선수협은 앞으로 한국인 선수가 소속된 구단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며 통역이 지원되지 않는 구단에 소속된 선수들의 통역 및 각종 미국생활 정착 등에 관한 문제도 지원할 방침이다.
선수협은 태동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다각도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아시안식품 그룹인 리브라더스(Rheebros.com)는 선수협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한국인 선수들이 시즌 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인스턴트 한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한국 글러브 제조사인 혼 글러브(honsports.com)는 선수협 선수들에게 개인별 맞춤 글러브를, ㈜빅라인 스포츠는 선수협 선수 전원에게 선수용 야구화를 후원한다.
선수협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지원받는다는 것은 매우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사무국장과 후원해 주시는 여러 기업을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협 존 리 사무국장은 한 가지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한국프로야구 대표타자에게 그의 이름이 새겨진 배트를 사기 진작차원으로 선수협 후배들에게 지원해 줄 수 없겠냐고 구단 프런트를 통해 문의했다가 해당 선수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존 리 사무국장은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야구인들이 TV에 나와 외국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이라면 마이너리그 후배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줄 것 같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씁쓸해 했다.
선수협은 현재 회장이 공석이다. 선수협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그 선수가 회장직을 맡아 지속적으로 후배 마이너리거들과의 교류와 도움을 이어갈 수 있는 선후배간의 모범적인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선수협의 근황은 웹사이트(www.mlbkpa.com)와 페이스북(‘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선수협회’로 검색)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선수협 총무 최지만은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우리 선수협 선수들의 근황이나 시즌 성적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면 타향에서 운동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스포츠뉴스팀 기사제보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