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로 로봇 개발자들의 꿈 실현할 것 ? 유진로봇 박성주 부사장

입력 2012-12-27 15: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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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나온 SF영화에서 그린 21세기는 그야말로 꿈의 시대였다. 특히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모든 집안일을 대신하는 모습은 당시 영화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가 열리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2012년 현재, 아쉽게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해주는 인간형 로봇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21세기가 끝나려면 90년 가까이 남았으며,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몰라도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의 출연은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록 인간형은 아니지만 나름의 역할을 인정받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로봇청소기의 존재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로봇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지는 불확실하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방향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최근에는 새로운 로봇의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연구용 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다. IT동아가 이번에 만나본 로봇전문기업인 ‘유진로봇(대표 신경철)’ 역시 지난 10월에 일산 킨텐스에서 열린 ‘로보월드2012’에 연구용 로봇 ‘거북이(kobuki, 해외판 이름 터틀봇)’를 선보이며 업계에 어필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 로봇, 그리고 연구용 로봇까지

이번 인터뷰에 응한 유진로봇의 박성주(49세) 부사장은 동사의 연구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거북이’ 개발의 책임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가 이야기하는 연구용 로봇의 가능성, 그리고 유진로봇의 지향점에 대해 들어봤다.


“유진로봇은 1988년에 설립된 이후 줄곧 로봇개발에 매진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산업용 로봇에 주력했지만 2000년을 즈음해 서비스 로봇으로 방향전환을 했죠”

서비스 로봇이란 주로 가정에서 쓰이는 생활용 로봇을 가리키는 것으로, 교육 콘텐츠를 담은 교육용 로봇, 로봇 청소기로 대표되는 청소용 로봇, 그리고 병원에서 쓰이는 요양용 로봇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넓게는 군 부대에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용 로봇도 서비스 로봇에 포함된다.

“유진로봇이 개발한 청소용 로봇은 세계 20~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매체에서 최고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기도 했죠. 그리고 이라크전 당시, 자이툰부대에 유진로봇의 군사용 로봇이 투입되어 사람이 진입하기 전에 해당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의 병원에 저희가 개발한 요양용 로봇이 쓰이고 있는 등, 유진로봇의 서비스 로봇 기술은 이미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로봇을 만들기 위한 로봇, ‘거북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이 쓰이다 보니 각 분야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특히 새로 개발된 기술이 실제 로봇에 적용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작동할지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연구용 로봇이다. 연구용 로봇의 하드웨어 자체는 특화된 기능이 없지만, 여기에 어떠한 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게 된다. 이를 이용해 새로 개발된 로봇관련 기술의 검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로봇을 만들기 위한 로봇이다.


“유진로봇에서 선보인 연구용 로봇인 거북이는 얼핏 보기엔 흔히 볼 수 있는 청소용 로봇 같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행에 관련된 자이로센서와 가속도센서, 충돌방지센서와 같은 다양한 센서를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으며, 전면에 위치한 전원 포트 및 USB 포트, 직렬 포트에 노트북을 연결해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입력이 가능하지요. 그리고 그 외에도 매니퓰레이터(로봇팔)나 동작감지센서와 같은 주변기기를 연결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해 연구가 가능합니다”

거북이는 로봇 업계의 ‘구글’을 지향하는 개방형 로봇 플랫폼

거북이를 이렇게 다양한 용도의 로봇을 개발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국, 혹은 전세계에 있는 수많은 로봇 개발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성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없는 것처럼 다양한 개발 환경에서도 호환성의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지의 여부 역시 관건이다. 이에 대해 박성주 부사장은 답했다.


“특정 기업, 특정 환경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폐쇄형 플랫폼의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구글’이 폐쇄형 플랫폼 기반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하는 것을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거북이는 전세계의 누구라도 문제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로봇 플랫폼입니다. 세계각지에는 로봇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있으며, 거북이는 이러한 커뮤니티의 개발자들이 제안한 다양한 기술을 받아들여 개발되었죠. 거북이는 유진로봇이 혼자 개발했다기보다는 사실상 전세계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죠”

전세계 개발자들이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함께

실제로 국내외에 존재하는 수많은 로봇 개발자 커뮤니티에는 그들이 개발한 로봇용 공개 소프트웨어(오픈소스)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 노트북을 이용해 명령어만 치면 거북이에 이러한 다양한 오픈소스를 입력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을 거쳐 거북이는 청소용 로봇이나 교육용 로봇, 군사용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빠르고 손쉽게 로봇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북이에 대한 개발자들이 환영을 표하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에도 소개되어 많은 개발자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얼마 전에는 미국 커뮤니티의 개발자가 방한해 한 달간 자비를 들여 체류하면서 거북이용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구상에서 개발, 마케팅에서 홍보까지 커뮤니티에서 알아서 해주고 있는 셈이죠. 커뮤니티의 참여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거북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인데,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기술을 쉽게 검증할 수 있으므로 서로 이득인 셈이죠. 가격도 기존 연구용 로봇의 1/10 수준인 200만원 정도입니다”

박성주 부사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거북이의 개발과 활용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국내기업 7곳, 해외기업 7곳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직 완전히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가정내의 모든 IT기기를 거북이 기반의 가정용 로봇과 연동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도 모 정부부처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넌지시 밝혔다.

로봇 업계의 개방과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 되었으면

인터뷰를 마치며 박성주 부사장은 IT동아의 독자들 및 로봇 개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현대 IT산업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융합’입니다. 이를 위해선 각 기기나 서비스간의 연결이 원활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때도 예전에는 혼자만 잘하면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개방과 협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죠. 유진로봇 역시 이를 깨닫고 실천 중에 있습니다. 개방형 로봇 플랫폼인 거북이의 존재가 그 증거입니다”


로봇이 미래 IT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미 수많은 개발자들이 로봇에 관련한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유진로봇의 거북이가 이들 개발자들의 수고를 한층 덜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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