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술은 진화한다. 진화의 모양새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크기’를 바꿔나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기존에 만들어진 제품을 더 크게 만드는 ‘확대지향형’ 진화가 있는가 하면, 더 작게 만드는 ‘축소지향형’ 진화 사례도 많다.
건물이나 교량, 운하, 자동차 등 주거 및 운송 관련 기술은 더 높고, 더 크게 진화하는 확대지향형 진화의 대표적 사례다. 반면에 IT전자기기의 경우 좀 더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축소지향형 진화가 대세를 이룬다.
과거 80~90년대 IT 대제국의 영광을 누렸던 일본전자 업계는 카세트 테이프 크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를 개발해 시대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남겼다. 이와 같은 경향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 되어 태블릿PC 등 IT휴대기기는 더욱 더 작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용 IT기기업계의 고민은 아직 여전하다. 크기의 축소와 더불어 대형기기와 맞먹는 성능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대안이 등장했다. 바로 고용량 스토리지(저장장치)다.
요즘 대중화된 휴대기기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처리속도와 대용량 저장소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 크기는 작지만 저장공간은 매우 큰 스토리지가 기본이 됐다. 최근 국내 한 반도체 업체에서 개발한 256GB SD카드는 더 작고 더 얇은 IT기기 들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트북PC에서 사용하는 하드디스크(HDD)는 256GB 제품의 경우 크기가 약 6.9 X 10 X 0.95cm(가로/세로/높이) 정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도 이와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이번 개발된 대용량 SD카드는 용량은 256GB로 기존 저장장치와 같으면서 크기는 2.2 X 3.1 X 0.2cm 정도로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부피로 따져보면 약 50분의 1에 못 미치는 셈이다.
물론 SD카드의 데이터 전송속도나 읽기, 쓰기 속도는 현재 하드디스크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는 기술개발로 금세 극복될 만한 문제로 판단된다. 기본적인 저장용량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크기는 비약적으로 줄인 저장장치의 등장은 초박형 IT제품 양산 환경을 조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IT기기를 더욱 작게 만들려는 인간의 욕망은 계속되고 있다. 초소형 스토리지의 개발이 이를 한 발 더 가까이 앞당길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의 진화가 계속된다면 SF영화에서 보듯 인간의 몸에 간단히 이식할 만큼 작고 얇은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
글 / 바른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설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