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동양선수 NO” 레드냅 편견 깨라

입력 2013-0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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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영. 스포츠동아DB

11번째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QPR 루키 윤석영이 사는 법


1. 영국 클럽만 맡아온 보수적 성향의 지도자
2. 예전부터 힘 좋고 신장 큰 유럽선수들 선호
3. 동양선수 편견 극복, 초반 몇경기 활약 관건


‘해리 레드냅 감독의 편견을 이겨내라.’

한국선수로는 11번째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은 윤석영(23)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윤석영은 퀸즈파크레인저스(QPR) 훈련에 합류하기 위해 5일 영국으로 출국한다. 왼쪽 수비수인 그가 이영표(밴쿠버)의 뒤를 이어 유럽에서 성공 신화를 쓸지 관심이 모아진다.


○감독 신뢰 필요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잘 적응하려면 실력은 기본이고 언어, 식습관, 동료들과의 원만한 관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신을 신뢰하는 사령탑을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해성 전 전남 감독은 “유럽에서 성공한 박지성(QPR)과 이영표는 초반 적응시절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둘은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서 히딩크의 비호를 받았고, 이후 나란히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뒤 박지성은 퍼거슨, 이영표는 마틴 욜 감독이라는 든든한 후원자와 함께 했다. 특히 박지성이 좋은 예다. 박지성은 에인트호벤에 막 입단한 뒤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2∼3년을 쉴 틈 없이 달려와 오른 무릎이 고장 났다. 수술 후에도 좀처럼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홈 팬들이 박지성에게 야유를 보내는 상황까지 왔다. 축구선수로서 최악의 수모였다. 히딩크는 박지성을 홈경기 때 제외하고 원정에만 출전시키는 배려를 했다. 박지성은 기대대로 얼마 후 진가를 나타냈고, 홈 팬들의 야유를 열렬한 환희로 바꿨다.


○초반 3경기가 좌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QPR 해리 레드냅(66) 감독은 썩 이상적이지는 않다.

레드냅은 1983년 지도자 입문 후 웨스트 햄, 포츠머스, 사우스햄턴, 토트넘 등 영국 클럽만 맡았다. 영국 내에서도 아주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스타일로 꼽힌다. 레드냅을 잘 아는 에이전트는 “예전부터 힘 좋고 신장 큰 유럽 선수들을 선호해 왔다”고 말했다.

레드냅이 웨스트 햄 감독 시절 최용수와 김도근, 포츠머스 감독 시절 조재진과 이천수 등이 입단을 타진했는데 모두 테스트 조건이 붙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레드냅이 동양 선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성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윤석영이 출전하게 될 초반 3∼5경기의 활약이 그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QPR은 왼쪽 수비수 부재로 고민 중이다. 레드냅은 분명 윤석영에게 출전 기회를 줄 것이다. 이 때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시즌 끝날 때까지 벤치만 달굴 수도 있다. QPR은 강등 탈출을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팀이 강등되면 감독부터 당장 큰 타격을 받는다. 레드냅이 윤석영의 적응을 돕기 위해 천천히 시간을 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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