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하의 프랑스 통신] 유망주 빅리그 유출…지단의 시절 그리워하는 프랑스

입력 2013-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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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연수 중인 박건하 코치(오른쪽)가 SM캉 중앙수비수 제레미 소르본을 만났다. 팀 주장인 소르본은 선진축구를 익히러 온 박 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캉(프랑스) | 박건하 코치

박건하(42)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지난 달 프랑스로 축구 연수를 떠났다. 외향보다 내실을 위해 영국, 스페인이 아닌 프랑스를 택했다. 박 코치는 프랑스 2부 리그 SM캉과 FC낭트, 1부 리그 FC보르도 등의 훈련과 경기를 직접 참관할 계획이다. 그가 발로 뛰며 느낀 유럽축구의 속살을 스포츠동아를 통해 풀어 놓는다.

교육도시 캉, 응원하는 팬들도 젠틀
열정적이고 다혈질인 낭트팬과 대조

佛리그도 유망주 해외유출로 침체기
프로팀-대표팀 윈윈 해법찾기 숙제


1월18일 프랑스 서북부의 항구도시 캉에 도착해 3주간 머물다가 지금은 낭트에 있다. 프랑스 리그2(2부 리그) SM캉에는 김경중(22)이, FC낭트에는 이용재(22)가 뛰고 있다. 낭트에서 반가운 얼굴도 만났다. 내가 수원 유스 팀 매탄고 감독 시절 스카우트하려 했던 정충근(19)이 FC낭트 U-19 팀에서 활약 중이다. 설날이던 10일, 정충근 부모가 떡국을 대접한다며 식사초대를 했는데 선약이 있어 가지 못했다. 이국에서 떡국을 먹는 색다른 경험을 놓친 게 못내 아쉽다.

캉에 도착하자마자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내려 당황했다. SM캉도 내가 온 뒤 2경기에서 1무1패에 그쳐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이후 SM캉이 2연승을 달리고 경중이 플레이도 한결 나아져 한시름 놨는데 이게 웬일? 낭트에 오자 이번에는 비가 쏟아졌다. FC낭트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지인들이 “박 코치가 먹구름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 월드컵 최종예선 끝날 때까지 한국에 돌아가지 말라”고 농담해 다같이 한바탕 웃었다.

캉과 낭트를 오가며 흥미로웠던 건 도시 분위기가 경기장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캉은 대표적인 교육도시다. 사람들도 교양 있는 교수, 학자풍이다. 캉의 홈구장 미셸 도르다노는 K리그의 대구 스타디움처럼 생겼는데 응원까지 점잖으니 휑한 기분이 들었다. 낭트는 정반대다. 다혈질적이고 열정적인 낭트 사람들은 큰 소리로 홈팀을 응원했다. 낭트 홈구장 스타드 드 라 보주아르는 포항이나 광양 전용구장과 비슷한데 열기가 캉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졌다.

프랑스 축구는 한국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자국리그가 침체돼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유소년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일찌감치 빅 리그로 빠져나가 파리의 대표적인 몇몇 클럽을 빼면 자국 출신 스타를 보기 힘들다. 낭트와 캉은 2부 리그 대표 클럽인데도 홈경기 때 경기장이 절반만 찼다.

프랑스대표팀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중반까지 세계 축구를 호령했지만 다 옛 말이다. 캉의 세바스티앙 유소년 총감독은 “예전 지네딘 지단 시절에는 조직력도 뛰어났고 선수들의 희생정신도 컸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며 걱정했다. 얼마 전 크로아티아와 평가전 완패 후 많은 우려를 듣고 있는 우리 대표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프로리그가 활성화돼 덩달아 A대표팀도 힘을 받는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은 뭘까. 프랑스에서 잠시 고민에 빠져 본다.

[박건하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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