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나”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절망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예상치 못한 시련에도 “아!” 소리 한번 못하고 그대로 고통을 껴안아야 했다.
2년 만에 새 싱글 ‘멍청아’로 돌아온 가수 간종욱. “노래가 나를 일으켰다”는 말투 속에 그동안 겪었던 그의 고통이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새 앨범을 준비하던 2011년 여름에 쓰러졌다. 허리 디스크가 아예 망가져서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다리 신경까지 파열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연이어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몸이 아파서 거의 1년을 누워있다 보니 체중이 저절로 20kg 이상이 빠졌다.”
쓰러지기 전에는 만능 스포츠맨답게 덩치가 꽤나 컸다. “운동 좀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창 때는 90kg의 건장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뛰고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해 남들과도 잘 어울리는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연속으로 온 불행으로 무너져버렸다.
“당시 군 입대도 앞두고 있어서, 자칫 병역기피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수술에 대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몸이 힘드니까 마음도 피폐해졌다. 우울증도 오다보니 모든 걸 포기하고 노래도 이제 그만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며 그 시기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췄다. 연기자 김재원의 도움으로 드라마 ‘메이퀸’ OST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간종욱은 아프기 전에도 ‘하얀 거짓말’ ‘위험한 여자’ ‘로열패밀리’ ‘분홍립스틱’ ‘보석비빔밥’ 등 수 많은 드라마의 주제곡을 불러 사랑받았다.
이렇듯 간종욱이 노래에 대한 애착이 크고,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을 주위사람들도 잘 알기에 “다시 한번 힘내라”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혼자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을 때 (김)재원이 형이 도와줬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국군방송의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재원이 형이 복무 중이었는데 거기서 처음 만났다. 지난해 재원이 형이 드라마 ‘메이퀸’에 출연하면서 드라마 음악 감독님에게 내 이야기를 전했다고 하더라. 갑자기 연락받고 뛸 듯이 기뻤다. 아파서 노래에 힘이 빠져 보일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들 좋게 들어줘서 좋다.”
역시 ‘드라마 OST’에 강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드라마 OST 부문에서 1위에 오르자, 다시 간종욱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OST 전문 가수’ 타이틀이 붙었는데 정말 기분 좋다. 사실 드라마가 끝나면 주제곡도 조용히 사라진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은 돌파구가 이런 것 밖에 없다. 선배가수들은 그 이름으로 다시 사랑받기도 하고 아이돌 가수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점령하고 그 틈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다. OST가 1회성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면 음악 인생을 연장해 줄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거다.”
간종욱은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활동의 기지개를 켜게 됐다. 새 앨범에는 아프기 전에 작업했던 곡을 포함해 틈틈이 작업한 곡, 유명 작곡가에게 받은 곡까지 추가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날로그가 좋더라. 기계음을 빼고 잔잔하게 만들었다. 타이틀곡 ‘멍청아’의 뮤직비디오에 같은 성씨라 친구가 된 간미연이 출연해줬다. 나는 연기를 못해 립싱크만 했고, 미연이가 도움을 많이 줬다. 동성동본이라 스캔들 걱정도 없고 정말 좋은 친구다. 하하하.”
간종욱은 좋은 기운을 받아 “인지도는 둘째치고라도 그동안 ‘노래가 많이 고팠던’만큼 노래만 죽을 때까지 부르고 싶다”고 했다.
“나란 사람은 노래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뻔한 이야기지만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사진제공|씨엔케이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