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없어 막노동…美 유학중 교통사고, 한민규의 인간승리

입력 2013-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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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리 좋노.” 15일 태국 카오야이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KGT 윈터투어 2차 대회에서 8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한민규가 부채춤을 추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GT

KGT 윈터투어 2차 대회, 연장 끝 8년만에 감격 우승

“맥주 향기가 이렇게 달콤할 수가 없네요.”

한민규(29)가 한국프로골프(KGT) 윈터투어 2차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태국의 우돈 두앙데차를 꺾고 우승했다.

한민규는 15일 태국 카오야이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파72, 750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라운드 경기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8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 65타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3언더파 213타로 우돈 두앙데차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는 파로 비겼지만 두 번째 연장에서 한민규가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우돈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은 무려 8년 만이다. 2005년 챌린지(2부) 투어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다.

한민규는 “이제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는 일만 남았다. 올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이 고향인 한민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5년 반 정도 생활한 뒤 스무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시련도 많았다.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엔 가정형편이 급격하게 기울었다.

그는 “중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그린피를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 몰래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린피가 5만2000원이었는데 막노동을 하면 하루 3만5000원을 줬다. 그렇게 해서라도 골프가 계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학시절 아찔한 사고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민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US오픈 지역예선 출전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때 왼쪽 팔꿈치 뼈가 산산조각 났다. 팔꿈치에 쇳조각을 심는 큰 수술을 했다. 재활하는 데 1년 반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그때 후유증으로 왼쪽 팔은 지금도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

정규투어 우승은 아니지만 그에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한민규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울컥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면 그때 다 울고 싶다”며 벅찬 감정을 억눌렀다.

한민규의 올해 목표는 두 가지. 정규 투어 우승과 PGA 투어 진출이다. 그는 “남자라면 PGA 투어는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나. 올해 그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두살 아래지만 배상문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오야이(태국)|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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