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에릭 ‘슬로 퀵모션’…발야구에 당했다

입력 2013-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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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에릭. 스포츠동아DB

NC 다이노스 에릭. 스포츠동아DB

■ 에릭 2군행으로 본 한국야구 기동력

전날 KIA전서 5회까지 도루 5개나 허용
릴리스 타임 1.5초…발야구에 ‘와르르’
미국과 다른 공격루트…용병투수 곤혹
김경문 감독 “포수 송구능력 부족” 지적


메이저리그에서 355승을 거둔 그렉 매덕스는 현역시절 “내 꿈은 공 27개로 한 경기를 끝내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매덕스의 꿈처럼 모든 경기를 퍼펙트로 끝낼 수 없다면, 투수는 숙명적으로 주자를 놓고 타자와 싸워야 한다. NC 투수 에릭(30·사진)은 25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24일 KIA전에 선발 등판했던 에릭은 5회까지 무려 5도루를 허용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에릭이 퀵모션을 고치지 못하면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고 2군행의 이유를 설명했다. 에릭처럼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수준급 외국인투수들이 한국프로야구의 기동력 앞에 쓰러지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들은 한국 주자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일까. 한국프로야구의 기동력은 과연 어느 수준에 이른 것일까.


○조인성 전성기에나 상쇄될 에릭의 퀵모션

에릭은 지난해 트리플A에서 12승6패, 한 차례 선발 등판한 메이저리그에선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수준급 투수지만 한국에선 퀵모션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5일 “에릭의 릴리스 타임은 1.5초 정도다. 주자가 있을 대는 세트포지션에서 1.2초 정도 나와야 한국에서 버틸 수 있다. 1.5초는 조인성(SK)의 전성기 송구능력이 아니면 커버가 안 된다. 당연히 도루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은 “(에릭의) 느린 퀵모션은 계속 지적됐던 부분이다. (주자 1루를 가정했을 때) 상대가 희생번트를 하지 않고 도루를 하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손해 본다. 연이어 도루를 허용하면 팀 전체 분위기도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한국 주자들은 왜 뛰는가? 방어는 어렵나?

에릭을 2군으로 보낸 한국프로야구의 기동력은 어느 수준일까. 또 미국과 달리 한국 주자들이 맹렬히 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양상문 해설위원은 “미국은 선호하는 공격 루트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주자의) 도루 성공 확률보다 (후속타자의) 장타나 진루타에 의한 진루 확률이 더 높다고 여긴다. 그래서 외국인투수들이 한국의 적극적인 주루에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포수의 송구능력 때문에 한국에서 뛰는 야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문 감독은 “무사 1루서 번트보다 도루가 더 많이 시도된다. 평균적으로 리그 전체 포수의 송구능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수와 포수는 상대 주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KIA 선동열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의 전력분석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퀵모션이 느리면 주자가 뛸 타이밍을 쉽게 빼앗는다. 견제능력 등으로 대처하고, 세트포지션에서 흔들림 없이 공을 던지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창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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