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빅딜카드된 예비FA 거포 잡은 통큰 결단

입력 2013-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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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프리에이전트(FA)를 보는 감독과 구단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트레이드였다. SK 이만수 감독(큰 사진)이 FA를 앞둔 SK 송은범을 내보내고 KIA 김상현(작은 사진)을 영입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스포츠동아DB

■ 예비FA 송은범 전격 트레이드…SK는 왜?

내년 FA 송은범 품지 못할 수 있는 SK
불투명 보상선수보다 김상현 영입 이득
탄탄한 구단재정 덕에 거액 보상금 배제

2년전 넥센 송신영 트레이드도 성공사례


프리에이전트(FA)를 1년 앞둔, 그것도 언제든 두 자릿수 승리가 가능한 에이스급 투수의 트레이드. SK와 KIA가 6일 발표한 투수 송은범(29)과 외야수 김상현(33)의 트레이드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예비 FA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리그 확장 시대, 보상선수 부담 없는 팀 탄생

지금까지 예비 FA는 구단의 큰 자산으로 인식됐다. 과거 이대호(오리스)나 김태균(한화)처럼 해외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 아니라면, 예비 FA를 타 구단에 빼앗기더라도 상대팀이 애지중지하는 유망주 또는 즉시전력과 함께 제법 큰 액수의 현금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그 자체가 확장되고, 투자에 인색하거나 장기적 관점의 운영에 실패한 팀들이 생기면서 최근 전력불균형이 심각해졌다. 보호선수 20명 외에서 지명할 수 있는 FA 보상선수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FA가 되는 선수와 계약에 실패한다면, (그 선수를) 한화 말고 다른 팀에서 데려갔으면 좋겠다. 한화와 계약하면 선택할 수 있는 보상선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제9구단 NC에선 그나마 장기적 안목에서 지명할 수 있는 유망주 투수가 몇 있지만, 역시 보호선수 20명 바깥에선 즉시전력을 찾기 힘들다.


○불투명한 보상선수 대신 거포 김상현

국내에서 정상급 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는 대부분 전력만을 고민한 선택은 아니었다. 팀의 화학적 결합, 또는 감독의 팀 운영, 아니면 잉여전력 해소를 위해 간혹 빅딜이 성사돼왔다. 이번 트레이드 역시 KIA의 넘치는 외야자원과 시즌 초반 송은범의 크고 작은 부상에 대한 SK의 고민이 어우러져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올 시즌 후 SK는 정근우와 더불어 송은범과도 FA 협상을 해야 했다. 이번 트레이드로 SK는 정근우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특히 송은범이 FA 계약을 통해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선수 후보군 중 영입할 만한 자원이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당장 클린업 트리오에 넣을 수 있는 김상현을 영입했다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송은범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잡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한 박자 빠른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


○ML 사례와 넥센 송신영 트레이드의 성공

예비 FA를 트레이드해 전력을 보강하고 팀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은 메이저리그 스몰마켓 구단의 생존법이다. 넥센도 2011년 FA를 앞둔 검증된 불펜 투수 송신영을 LG에 보내고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했던 박병호를 영입해 큰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구단이 시즌 후에 FA에 대한 고민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좀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SK와 KIA처럼 예비 FA를 트레이드해 미리 대체전력을 확보하거나, 반대로 보상금과 보상선수 유출에 대한 부담 없이 FA를 조기에 영입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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