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 “배우가 촬영 중 실신? 남 얘긴 줄 알았는데…”

입력 2013-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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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영화지!” 주연을 맡은 영화 ‘몽타주’에서 범인을 쫓는 형사 김상경은 영화에 대한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그래, 이게 영화지!” 주연을 맡은 영화 ‘몽타주’에서 범인을 쫓는 형사 김상경은 영화에 대한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몽타주’서 링거 투혼 열연 펼친 김상경

‘살인의 추억’ 후 10년 만에 맡은 형사 역
매일 에너지 쏟다보니 데뷔 첫 응급실행

완성된 영화 보고 ‘이게 영화지’ 감격도
나도 아빠…아동범죄 공소시효 경각심

배우 김상경(41)은 얼마 전까지 믿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실신했다’,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았다’는 말들. 밤샘 촬영에 따른 체력 저하로 인해 배우들이 흔히 겪는 고충이 김상경에겐 ‘남의 일’ 같기만 했다.

오히려 “왜 실신을 해? 진짜야?”라고 묻곤 했다. 그랬던 그가, 데뷔 이후 처음 영화 ‘몽타주’(감독 정근섭)를 찍다 ‘링거’의 도움을 받았다. “매일 매일 대단한 에너지를 쏟아 촬영하다보니 나도 어쩔 수 없더라”고 웃던 김상경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응급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촬영한 ‘인증샷’까지 보여줬다.

“촬영지가 부산이었는데 해운대 앞 숙소에서 3개월을 지냈다. 눈앞의 해변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결국 짐을 싸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서야 겨우 모래사장을 걸었다.”

‘몽타주’는 김상경이 스크린에서 오랜만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누구보다 기분이 ‘업’된 사람도 그 자신이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부암동의 한 야외 카페에서 만난 그는 주위를 오가는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몽타주를 꼭 보라”고 권했다. 마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았다. 박수치는 사람부터 환호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며칠 째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인사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영화 완성된 걸 처음 봤는데…. 이야! 영화답다, 그래! 이게 영화지! 놀랐다. 꽉 짜여진 시나리오와 이야기, 힘 있는 연출까지.”

극중 김상경이 아동 유괴범을 쫓기 위해 증거물을 수집하고 있다. 사진제공|미인픽쳐스

극중 김상경이 아동 유괴범을 쫓기 위해 증거물을 수집하고 있다. 사진제공|미인픽쳐스


‘몽타주’는 아동 유괴사건이 일어나고 15년이 흐른 뒤 공소시효 만료를 며칠 앞두고 범인이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김상경은 15년 동안 범인의 그림자를 쫓는 형사 청호를 연기했다.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맡은 형사 역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몇 번이나 울었다. 흥분해서, 감동 받아서, 좋기도 했고 또 아프기도 했다. 그렇게 눈물이 흘렀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온 건 김상경의 개인적인 상황과도 연관이 깊다. 그는 네 살이 된 아들을 둔 아빠이자 가장이다. 아동 유괴사건을 그린 이야기에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아동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영화는 불편하다. 범죄를 잔인하게 묘사하는 장면도 싫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왜냐고? 스릴러인데도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범죄 묘사도 없고, 총이나 칼도 없다.”

김상경은 “어떤 영화든 사회적인 메타포(은유)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몽타주’는 “공소시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고도 했다.

개봉 첫 주말을 보낸 ‘몽타주’는 관객으로부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동안 몸을 사렸으니 이젠 작품수를 늘리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고 그는 말했다.

“‘생활의 발견’으로 영화에 데뷔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인의 추억’까지 했다. 내 영화 선택의 잣대가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눈도 높아졌고.(웃음) 그런 시기를 한 10년 쯤 보내고 나니 이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

김상경은 ‘절친한 영화 친구’인 홍상수 감독의 이야기를 꺼냈다.

“(홍 감독은)할 얘기가 점점 많아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매년 한 편씩 영화를 내놓는다고. 나도 비슷한데….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이제 나도 다작할 때가 됐나봐. 하하!”

지난해 말 100억 대작 ‘타워’에 이어 5개월 만에 ‘몽타주’를 내놓으며 자신의 결심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그는 벌써부터 다음 영화 출연 논의도 한창 진행 중이다. 한동안 충무로에서 김상경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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