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 야구학 개론 “아들아, 야구는 즐겁게…알지?”

입력 2013-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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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치는 첫째, 왼손으로 던지는 둘째.’ 전설의 좌완 아버지를 빼닮았다. 한화 송진우 투수 코치의 장남 우석(왼쪽)은 아버지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우투 좌타 외야수다. 둘째 우현군은 천안북일고 2학년으로 투·타에서 모두 빼어난 자질을 보이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두 아들 송우석·송우현 야구유망주로 키운 ‘레전드 송진우 야구학 개론’

한화 신고선수 입단한 첫째 우석 타격에 소질
둘째 우현은 아버지 근성·운동신경 빼다 박아
송진우 “갈길 멀다 … 흥미 잃지 않는 게 중요”


19일 대구 상원고와 천안 북일고가 격돌한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 0-0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만루서 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상대 투수는 9.2이닝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상원고 에이스 이수민(18)이었다. 그래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끝까지 공을 보며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고, 타구는 ‘탕’ 소리와 함께 쭉쭉 뻗어 좌익수 앞으로 날아갔다. 짜릿한 끝내기 희생플라이. 팀에 8강행 티켓을 안긴 주인공은 북일고 송우현(17)이었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작은사진)의 둘째 아들이다.


○두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운 레전드

송진우 코치는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다. 역대 가장 많은 이닝(3003이닝)을 던졌고, 가장 많은 승리(210승)를 거뒀다. 우석과 우현, 두 아들도 아버지의 뛰어난 야구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송 코치는 “야구를 좋아하고, 하고 싶다고 해서 시켰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두 아들은 ‘송진우 주니어’답게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은 야구실력을 뽐내왔다.

첫째 우석은 2012년 한화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공을 던지는 것보다는 타격에 더 소질이 있어 현재 외야수를 보고 있다. 올해는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류선수명단(신고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군 보류’가 불가능)에선 잠시 빠져있지만, 팀 내서 공격력(2012년 퓨처스리그 타율 0.365)을 인정받고 있다. 둘째 우현도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북일고 이강돈 감독은 “현 고교 2학년 중에 넘버 원”이라며 “실력, 성적 모두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코치 송진우. 스포츠동아DB



○아들들을 향한 조언은 ‘야구를 즐겨라!’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송진우 코치는 두 아들에 대해 “모자란 부분이 더 많고 갈 길이 아직 멀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래도 부모는 어쩔 수 없었다. ‘프로 구단에서 우현이를 많이 눈독들이고 있다’는 얘기에 “욕심이 많고, 운동신경도 좋고, 멘탈 역시 강하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실제 우현은 황금사자기 16강전에서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영웅이 되고도 집에 돌아와 “만루 찬스(5회 2사 만루서 삼진)에서 못 쳤다. 나 때문에 질 뻔한 경기”라며 자책을 했다고 한다. 현역시절 ‘싸움닭’이라고 불렸던 아버지의 강한 승부욕을 물려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 명도 어렵다는 야구선수를 무려 두 명이나 유망주로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송 코치는 “아들이 야구를 한다고 특별하게 해주는 얘기는 없다”며 “대신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 야구가 재미없으면, 야구장에 가기 싫고 그라운드에 있어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배우고 있는 입장이니까 즐겁게 야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잘해주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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